1967년 출범한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은 제주대학교 최초의 법정연구소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학술지 '탐라문화'는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지 선정,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선정 등 제주에 대한 연구를 세상을 알리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했다. [제주의소리]는 탐라문화연구원과 함께 '탐라문화' 논문들을 정기적으로 소개한다. 제주를 바라보는 보다 넓은 창이 되길 기대한다. 연재분은 발표된 논문을 요약·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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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야마토게임 유치환의 시집 생명의 서는 전통적으로 '생명', '의지', '초월'이라는 단일한 가치 구조 속에서 읽혀 왔다. 그러나 텍스트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세밀하게 분석하면 오히려 회한(悔恨)이 시집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정서이자 구조 원리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치환 시에서 회한은 '뉘우치고 한탄하는' 차원의 감정 상태를 넘어서서, 시적 발화의 형 한국릴게임 식을 제한하고 자아의 동일성을 지연시키며 존재의 공간을 폐쇄하는 내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는 생명 예찬 중심의 기존 연구가 놓친 영역으로, 유치환의 시학을 재위치시키기 위해서는 회한을 구조적으로, 그리고 형상화 방식과 결부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유치환의 '회한'은 만주 도피라는 역사적·윤리적 체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치환은 ?遮斷의 바다이야기예시 時間에서?에서 자신을 "비굴한 후자의 길"을 택한 자, "가증스러운 자기 합리화의 수작"을 행한 자로 명명하며 스스로에게 죄를 선고한다. 이에 따른 회한은 현재의 자아가 발화할 자격을 의심하고 자기 존재를 끝없이 점검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장치가 된다. 그가 경험한 도피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시적 자아의 '근원적 결핍'으로 작용한다. 또한 이후의 모 바다신2다운로드 든 발화와 동일화, 공간 선택은 이 결핍을 전제로 형성된다. 다시 말해 회한은 시인의 내부에서 작동하는 윤리적 규율이며, 언어·정체성·공간을 지속적으로 재편하는 동력이다.
생명의 서에서 회한의 첫 번째 양상은 자아 정체성의 유예로 나타나며, 이는 조건부 침묵이라는 형상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바위?에서 화자는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릴게임한국 되리라"라는 조건절적 선언으로 발화를 미래의 조건 아래 제한한다. 이는 현재의 자아가 말할 자격을 갖지 못했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이어지는 반복적 부정 표현("아예 愛憐에 물들지 않고 / 喜怒에 움직이지 않고")은 감정의 억제라기보다 윤리적 침묵을 수행하는 회한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億年 非精의 緘默"이라는 표현 자체는 침묵을 고도로 긴장된 정지의 상태로 변환시키며, 이 정지는 자아의 동일성을 확정하지 못하는 유예 상태를 만들어낸다. 침묵은 회한이 자아에게 부과한 윤리적 처벌이자 발화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이다.
?生命의 書 一章?에서도 자아는 여전히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발화를 시도한다.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했다'는 고백은 자기 인식의 실패를 드러낼 뿐 아니라, 그 실패가 곧바로 발화의 자격을 박탈하는 근거가 된다. 이어 등장하는 사막은 자아가 자신을 응시할 수 있는 극한의 공간이지만, 그 응시가 충족되지 못하면 즉각 소멸로 귀결되는 시험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 原始의 本然한 姿態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 차라리 나는 어느 沙丘에 悔恨 없는 白骨을 쪼이리라"라는 선언에서 보이듯, 발화는 '본연한 자태'라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로소 가능하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자아는 백골이라는 극단적 정지 즉, 완전한 침묵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처럼 조건절·고백·위기 공간이 병치되는 구조는 자아의 존재를 무한히 유예하는 동시에, 언어가 언제나 특정한 윤리적 조건 아래에서만 허용된다는 사실을 강화한다. 결국 이 시에서 회한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발화를 전면적으로 봉쇄하고 자아를 침묵으로 회귀시키는 '조건부 침묵'의 작동 원리를 형성한다.?
두 번째 양상은 자아의 반복적 동일화이며, 이러한 양상은 강박적 자기 분열이라는 형상화 방식을 통해 드러난다. 회한으로 인해 결핍된 자아는 이상적 형상과의 동일화를 통해 자신을 보상하려 하지만, 동일화는 언제나 실패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에서 해바라기는 "오만한 왕후의 몸매", "의지의 바다" 등 과잉된 형상으로 제시됨으로써 자아가 투사한 절대적 이미지로 부상한다. 특히 "그 不逞스런 意志의 바다의 한 分身이 되려오"에서 자아는 해바라기라는 절대적 형상에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결핍된 자아를 보완하기 위해 또 하나의 '나'를 복제하여 분신으로 내세우는 시도를 감행한다.?
그러나 이 분신은 동일화의 목표 지점에 도달한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 회한으로 인해 언제나 미완의 상태로 머물도록 예정된, 동일화가 불가능한 자기 복제물이다. 이러한 분신화는 동일화의 욕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일화의 실패를 자아 내부에서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이 되어, 자아가 결핍을 메우려는 시도 자체가 새로운 균열을 낳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결국 분신은 회한을 상쇄하기 위한 보상적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아를 더 깊은 분열로 몰아넣는 강박적 반복의 구조를 형상화하는 핵심 매개이다. 화자는 "되려오", "가려오" 등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반복적으로 요청할 뿐이며, 동일화가 성취된 지금은 단 한 번도 제시되지 않는다. 이러한 미래지향적 조동사 구조는 동일화의 실패를 전제한 반복 윤리를 드러내고, 과장된 형상과 결핍된 자아가 충돌하며 긴장된 미학을 형성한다.
?내 너를 내세우노니?에서 자기 동일화의 반복은 강박적 자기 분열이라는 형상화 방식으로 전환된다. "내 너를 내세우노니"라는 반복 선언은 자아 내부에서 분리된 또 하나의 '너'를 호출하는 행위이며, 이는 동일화가 결코 단일 주체 내부에서 성립되지 못하고, 자아가 스스로를 둘로 쪼개어 이상적 형상을 외부에 배치해야만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다시 내 네게 묻노니"라는 반복 심문은 동일화가 한 번의 시도로는 완결될 수 없으며, 실패할 때마다 동일한 구조로 재개되는 순환적 강박을 드러낸다. 이때 '너'는 동일화를 성취한 완전한 분신이 아니라, 동일화의 결핍을 보상하기 위해 자아가 계속해서 복제해내는 불안정한 형상이므로, 호출될 때마다 자아의 분열은 더욱 심화된다.
곤륜산, 빙하의 하천, 북방의 설원과 같은 극한의 공간들은 이러한 동일화 시험이 수행되는 시적 무대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그 공간적 과잉은 자아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적 형상의 규모를 반영한다. '너'가 감당해야 할 시험의 크기가 자아의 실제 가능성을 초과할수록 동일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그 실패는 다시 새로운 '너'를 분리·생산하도록 자아를 강제한다. 바로 이 반복적 분리와 재소환의 메커니즘이 강박적 자기 분열의 핵심이다. 즉 동일화는 실패할수록 멈추지 않고, 실패가 반복될수록 자아는 더 많은 '분신'을 생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아의 중심성은 점차 해체된다.
'너'의 응답 부재는 이 분열의 기제를 더욱 강화한다. 심문은 계속되지만, 응답은 도착하지 않는다. 이 수사적 공백은 동일화의 성취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드러내며, 장엄한 서사와 절대적 침묵이 충돌해 긴장된 미학을 형성한다. 존재론적으로도 동일화 시도는 실패를 전제로 작동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아는 단일한 정체성에 도달하기보다는, 동일화를 시도할 때마다 새로운 '너'를 분열적으로 호출하며, 스스로를 균열시키는 순환 속에 갇힌 존재로 재구성된다. 결국 "내 너를 내세우노니"라는 선언은 동일화를 향한 의지가 아니라, 동일화의 실패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자아를 끝없이 분리해 내는 강박적 자기 분열의 구조를 전면화하는 수사적 장치가 된다.?[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학술지 '탐라문화 제79호(2025)'에 '유치환 시에 나타난 회한(悔恨)의 양상과 그 형상화 방식- 生命의 書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실은 논문은 [제주의 소리]에 싣기 위해 정리 요약한 것이다.?




이지원
청주 출생. ?유치환시에 나타난 콤플렉스와 욕망의 상관관계 연구?로 <제11회 청마문학연구상> 우수상 수상. 학술 연구로는 ?기형도 시에 나타난 미장센과 수사적 특성 연구?(2025), ?유치환 시에 나타난 헤테로토피아 구현 양상?(2023), ?정호승 시에 나타난 연민의 작동 방식과 의미 구조?(2022), ?기형도 시에 나타난 '고통'의 수사학?(2020) 등이 있다. 2021년부터 충북대학교 교양교육본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