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산 정상에서 맞은 새벽, 첫 빛이 바위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있는 시나이산Mount Sinai(아랍어로는 자발 무사Jabal Musa)는 종교적, 역사적, 자연적 의미가 모두 깊은 장소다. 특히 성경 속 모세 이야기와 관련해 전 세계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로 알려져 있다. 모세는 이곳에서 40일간 금식하며 기도했고, 그 끝에 신으로부터 돌판 두 개에 새겨진 십계명을 받았다고 한다. 유대교에서는 '율법의 산', 기독교에서는 '언약의 산', 이슬람에서는 '모세가 신의 목소리를 들은 산'으로 불린다. 지금도 세계 각지의 순 10원야마토게임 례자들이 새벽 어둠 속을 걸어올라,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각자의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시나이사막의 황량한 바위산들 가운데 우뚝 솟은 이 산은 붉은 바위와 짙은 그림자가 겹쳐지며 낮에는 웅장하고, 밤에는 신비롭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정상부의 황량함이 오히려 초월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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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진 시나이산맥 위로 새벽빛이 번져갔다.


새벽을 향한 순례
오랜만의 무박산행이었다. 다합Dahab에서 오후 10시에 픽업되어 12시 30분, 밤의 시나이산 앞에 섰다.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이 시간에 출발한다. 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3 황금성오락실 시간 남짓 걸리는 길에는 두 가지 루트가 있다. 하나는 '낙타의 길'이라 불리는 완만한 코스로, 수도원에서 정상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회개의 계단'이라 불리는 3,750개 돌계단으로, 초대 수도사들이 손으로 깎아 만든 길이다. 투어를 통해 오는 대부분의 트레킹은 낙타의 길을 따라가다 정상 직전에 회개의 계단으로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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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을 맞이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을 안고 천천히 내려갔다.


달빛이 휘영청 밝아 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성 카타리나수도원St. Catherine's Monastery이 어둠 속에서 고요히 서 있었다.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며 배 바다이야기고래 낭 검사를 받고, 차가운 공기를 한 모금 들이켰다.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이곳이 그저 산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트레킹이 시작되자 사방에서 "카멜, 카멜!" 하는 외침이 들렸다. 걷기 힘든 이들에게는 낙타가 유용했지만, 계속된 호객이 새벽의 고요를 깰 때면 조금 불편했다.
올라가는 길엔 가게가 많았다. 모래와 바위뿐인 산중에 이렇게 불빛이 이어지는 것이 신기했다. 사람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숨소리가 묘한 연대감을 주었다. 20여 분 걷고 잠시 쉬기를 반복했다. 생각보다 날씨는 차가웠고, 가게 안의 불빛과 따뜻한 공기가 그저 고마웠다. 개별 행동이 허락되지 않아 다소 답답했지만, 함께 걷는 이들의 숨결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떠오를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


한 가게 안에서 젊은 쉐프가 화려한 손놀림으로 빵을 굽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나를 유혹했다. 빵을 하나 주문하니 세 등분으로 나누어 치즈, 꿀, 초콜릿을 넣고 롤처럼 말아주었다. 새벽 산중에서 먹은 따뜻하고 달콤한 빵 한 조각은, 잠도 자지 못하고 걷고 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계속 오르던 중, 낙타들이 멈춰 섰다. 이제부터는 '회개의 계단' 구간이었다. 낙타가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길이었다. 돌계단이 시작되자 사람들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발걸음이 느려졌다. 나도 숨이 찼다. 그러나 계단 하나하나를 밟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손으로 깎아 만든 이 길을 초대 수도사들이 어떻게 걸었을까 생각하며 발을 내디뎠다.



성삼위일체 예배당. 작은 종마저 침묵에 잠긴 경건한 시간이다.


정상 바로 아래의 가게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찍 출발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는 사람들이 남긴 돈과 사진이 가득했다. 누군가의 기도, 누군가의 약속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일출을 기다리며 담요를 빌렸다. 나는 빌리지 않고 차라리 추위와 싸우기로 했다. 얼굴을 감싼 사람들 사이로 코끝만 내놓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한 시간 반쯤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세상은 여명으로 물들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기도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인파가 몰려 발을 옮기기조차 쉽지 않았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남긴 얼굴들. 이곳을 지나간 마음들이 벽 위에 쌓여 있다


황금빛 새벽
정상은 인산인해였다. 대부분 동양인이었다.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순으로 많았다. 낯선 땅에서 만난 같은 얼굴들이 왠지 반가웠다. 온통 까맣게만 보였던 산들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태양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 산 전체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붉은빛이 바위산을 타고 번져오를 때, 자연이 한 편의 경전을 쓰고 있는 듯했다. 정말 많은 이들이 말했던 "인생에서 가장 경건한 새벽"이라는 표현이 이해되었다.



일출을 맞이한 뒤,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끝없이 펼쳐진 황야로 조용히 이어진다.


정상에는 성삼위일체 예배당Chapel of the Holy Trinity이 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자리에 세워진 이 작은 교회는 순례자들 사이에서 '모세기념교회'로도 불린다. 돌을 쌓아 만든 단층 건물로, 문 위에는 작은 종이 달려 있다. 크기는 작지만, 거친 돌벽과 바람에 닳은 문이 오랜 세월의 신앙을 말해 주는 듯했다. 종은 울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 침묵의 기도처럼 느껴졌다.
내려가는 길에 비로소 산의 얼굴을 보았다. 올라올 때는 어둠뿐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햇살이 바위를 덮고, 돌길 위에는 서리가 내려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나는 스틱 덕분에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내려왔다. 3,750개의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며 수도사들의 노고를 떠올렸다. 그 길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사람들의 웃음이 흘렀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맑았다.



1,500년의 시간이 돌담에 켜켜이 스며 있는 성 카타리나수도원의 아침 전경.


낙타가 사라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뒤돌아본 시나이산은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바위산이었다. 고요했지만 위엄이 있었다. 수도원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하산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황야라는 단어가 실감 났다. 멀리 수도원이 보였을 때 마음이 뭉클했다. 산의 위대함보다 내 안의 고요가 더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나이의 새벽은 내 안에도 하나의 불빛으로 남았다.



새벽 산길을 묵묵히 오르내리는 순례자들 곁을 지키는 낙타. 이 길 위에서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다.


성 카타리나수도원, 고요의 시간
하산 후 이른 아침, 수도원으로 향했다. 고요한 돌담과 낮은 문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은 6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Justinian I가 모세의 '불타는 떨기나무The Burning Bush'를 보호하기 위해 세운 수도원이다. 놀랍게도 그 이후 단 한 번도 파괴되거나 폐쇄된 적이 없다. 1,500년 동안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입구를 지나니 '모세의 우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세가 미디안 땅으로 도망친 뒤 제사장 이드로Jethro의 딸들을 도와 물을 길어주었다는 바로 그 우물이다. 지금도 수도원의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천 년의 시간이 고요히 흐르는 듯했다.



성 카타리나수도원의 '불타는 떨기나무'. 훼손을 막기 위해 두껍게 가림막을 씌워두었지만, 오래된 나무의 숨결만은 여전히 담장 너머로 전해진다.


중심 성당인 '변모의 성당Basilica of the Transfiguration'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여는 순간, 수백 개의 램프에서 흘러나오는 금빛이 눈부시게 번졌다. 천장에 매달린 램프들이 공간을 가득 채워, 처음엔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제단 뒤 벽면의 비잔틴 모자이크가 드러났다. 황금빛 배경 위에 예수의 변모가 그려져 있었다. 빛으로 떠오르는 듯한 그 모습은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공기는 향처럼 무거웠고, 그 안에는 세월과 기도가 함께 머물고 있었다.
'불타는 떨기나무'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아 직접 볼 수 없었다. 대신 그 앞마당에서 잠시 멈춰 섰다. 높은 담장 너머로 오래된 나무의 그림자만 어른거렸다. 수도사들이 1,500년 동안 지켜온 그 나무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숙연해졌다. 담장 벽에는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 앞에서 신의 음성을 듣는 장면을 묘사한 모자이크가 있었다. "이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발을 벗으라"는 구절이 눈앞에 형상화된 듯했다. 따뜻한 바람이 스쳐갔다. 보지 못했지만, 그 기운은 분명 느껴졌다.



Info
위치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부, 다합Dahab에서 차량으로 약 2시간
트레킹 코스
낙타의 길Camel Path 또는 회개의 계단Steps of Repentance
소요 시간 및 거리
왕복 약 6시간 (새벽 일출 코스 기준). 약 12km
출발 시각
밤 12~1시 출발 → 새벽 5~6시 정상 도착
준비물
방풍 재킷, 장갑, 스틱, 헤드랜턴, 간식, 물
수도원 관람
오전 9시~정오 (일요일 휴관)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