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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홍주에게
회덕까지는 무사히 갔느냐? 이렇게 긴 시간 (너의) 행차 소식을 모르니 답답하다. 어떻게 돌아다니느냐? 이곳도 그사이에 충주가(충주목사) 병이 심해졌다가 느긋해졌는데, 매양 이러하니 어찌 마음이 편하겠느냐? 홍주 댁의 병도 더 심해지거나 덜해지는 것도 없는가 싶으니 늘 들을 때마다 놀랍고 갑갑하다. 먼저 서울 쪽에 손님들이 이렇게 많으니,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의지하고 기대는가 싶다. 흉년도 예사 흉년이 아니지만 몹시 근심을 하는가 싶다. (… 하략…) 8월 23일 모.
②인손이에게 답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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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와서 (너의) 편지를 받아보고 (어른들) 모시고 잘 있고, 네 어미의 병도 조금 나았다고 하니 기쁘다. 여기는 돌림병 근심이 잇따라 겹쳐있으니 늘 절박한데, 경향각지에 역질이 퍼져 서울 쪽에 무서운 기별을 많이 들으니 주야로 (마음이) 두근두근하며, 전염병을 대하는 것은 맺고 끊는 것을 엄하게 금하여 피하는 것이 옳으니라. 역질이 더하니 부디신규릴게임
어렴풋이 (하지) 말고 어른만 믿지 말고, 너도 그믐날 즈음 어디 잘 피하여 역병을 피하면 오죽 다행이겠느냐? 세 밑에 과거들도 보고 하는데. 이제 너의 나이가 적으냐? 네가 글을 싫어한다는 말이 병이니, 쓸모없이 시간을 보내고 졸연 이게 무슨 짓이냐? 너는 이리 생각하나 저리 생각하나 글을 남보다 더 이렇게 힘써하면 오죽 좋겠느냐? (… 중략…) 언문 소자본주식투자
글씨를 보니 이렇게 상스럽게 여기되, 알겠노라 네 마음을 적으나마 닦아서 반듯하게 한다면 이러하겠느냐? 한가지 일로 백가지 일을 안다고 하니, 언문 글씨 일만정 전일하게 하면 네 학문 행실을 가다듬고 반성하는 줄로 알겠노라. 네 어미의 병이 다 심화(心火)라고 하니, 네 힘으로 의약으로 고칠 도리가 없으면, 너의 글과 인물을 남보다 뛰어나게 하는 것이 좋을오션파라다이스시즌7
것이다. 중계(밀가루를 꿀과 기름으로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과자) 열개, 산자 열개, 전 여섯 조각, 곶감을 보내니 ○○하고 나눠 먹어라. 12월 16일 할머니.
이 한글편지 ①과 ②는 안정나씨(1647-1737)가 아들 송요화(1682-1764)와 손자 송익흠(1708-1757)에게 보낸 것이다. ①의 편지에서는 수신자를 '홍주에게',파칭코사이트
②에서는 '인손이에게'라고 썼다. '홍주'는 홍주(홍성) 사람을 아내로 맞이한 둘째 아들 송요화를 가리키고, '인손(寅孫)이'는 송익흠의 아명으로 송요화의 아들이다.
안정나씨가 아들과 손자에게 보낸 ①과 ② 두 통의 편지 속에는 많은 사연과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안정나씨 가족 3대의 무거운 가족사연은 물론이고, 이 편지가 써진 18세기 초 조선의 시대상황을 읽어 낼 수 있다.
안정나씨가 12월 16일 송익흠에게 보낸 한글편지.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 어린 다섯 자녀의 죽음을 지켜본 삶=안정나씨의 남편은 장악원정을 역임한 송병하(宋炳夏, 1646-1697)인데, 송병하는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의 둘째 손자이다. 안정나씨는 형조참의를 역임한 구포 나만갑(1592-1642)의 손녀이다. 나만갑은 병자호란 때에 남한산성으로 인조를 모시고 따라갔다가, 당시 남한산성에서 벌어진 일을 자세하게 기록한 '병자록'의 저술가로 유명하다. 아버지 나성원(1628-1649)은 송준길의 문하생으로 학업을 닦았으나 22세의 나이로 죽었다. 안정나씨는 불과 세 살 때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송준길은 나성원의 학문적 자질을 매우 높이 평가하였는데, 그런 나성원과의 사제 간의 인연으로 하여 그의 딸을 손부로 삼았다.
안정나씨는 1660년 2월, 14세의 나이로 15세의 송병하와 혼인하여 5남3녀의 자녀를 낳았다. 그런데 그중 다섯 명의 아이들이 열 살을 넘기지 못하고 요절하였고, 두 명의 아들 요경·요화와 한 명의 딸(조준명 부인)만이 장성하였다. 일찍 잃은 자녀들의 질병과 죽음에 대해서는 시할아버지 송준길의 '동춘당일기'와 이 집안에 전해 내려오고 있는 한글편지 속에 기록되어 있다.
안정나씨의 친정할머니 초계정씨는 손녀 나씨의 자녀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사이에 병을 얻었는고? 창자까지 끊어지는 듯 서럽구나. 내 모진 목숨이 살아서 또 이런 날을 만나 더욱 애간장이 떨어지는 듯하다"라고 애끊는 편지를 써서 손녀에게 보냈다. 서너 살 먹은 어린 자식들이 펄펄 끓는 돌림병과 시름할 때, 안정나씨 부부를 위시한 주변 가족들의 타들어 가는 마음이 편지 속에 고스란히 박혀 있다.
대덕구 송촌동에 위치한 송익흠의 사랑채 '오숙재'. 윤정원 씨 제공
◇손자의 학업에 대한 노심초사=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는 안정나씨의 편지는 7건이다. 남편 송병하에게 1건, 아들 송요화에게 3건, 손자 송익흠에게 3건이다. 안정나씨는 이 편지를 통하여 조선후기 흉년과 역병에 대한 문제, 며느리의 질병, 손자의 과거시험 등에 대하여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정나씨는 편지 ②에서 손자에게 '세밑의 과거시험'을 언급하며 매우 강경한 어조로 "한 가지 일을 보면 백가지 일을 아는 법"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제 너의 나이가 적으냐? 네가 글을 싫어한다는 말이 병이 있다. 쓸모없이 시간을 보내고 졸연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준엄하게 훈계하였다. 이때 송익흠의 나이는 13세 안팎이다. 그러면서 '네 어미의 병이 심화(心火)라고 하는데, 네가 의약으로 네 어미의 병을 고칠 도리가 없다면, 너의 글과 인물을 남보다 뛰어나게 하라'고 지시하였다. 오로지 마음과 힘을 모아 공부에만 힘쓰라는 것이다.
사실 이때 송익흠의 어머니, 다시 말해 안정나씨의 며느리인 김호연재(1681-1722)는 죽음의 문턱에서 와병 중에 있었다. 김호연재의 병은 안정나씨가 편지에서 지적한 바대로 '심화', 곧 화병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①에서 "홍주 댁의 병도 더 심해지거나 덜해지는 것도 없는가 싶으니, 늘 들을 때마다 놀랍고 갑갑하다"라고 썼다. ①의 편지는 발신일이 8월 23일로만 되어 있는데, 편지 사연 가운데 충주목사 얘기가 나온다. 큰아들 송요경(1668-1748)이 충주목사 부임을 받은 때가 1720년 7월 5일이므로, ①의 편지 발신일은 적어도 1720년 8월 23일이거나 1721년 8월 23일일 것이다. 시집 '호연재유고'를 남긴 김호연재는 1722년 5월 15일 생애를 마감하였기 때문이다.
대덕구 계족산에 위치한 안정나씨·송병하 부부묘소.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가문의 미래는 교육=안정나씨가 1700년 5월 21일 아들 송요화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네가 글을 시작하여 읽는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답장을 한다. 부디 부지런히 글을 읽는다는 말이 내 귀에 들어오게 하여 나를 심증(心症)나게 하지 말고, 부디 개과천선을 해야 옳으니라"라고 강한 어투의 답장 편지를 보낸 바 있다. 1700년은 송요화의 나이가 19세 때인데, 혼인(1699년 10월 혼인)한 지 채 1년이 안 된 시점이다.
안정나씨는 큰아들 부임지를 따라다녔다. 그러면서 회덕 본가에 있는 자손들에게 편지를 통하여 글공부를 지시하였다. '부디 부지런히 글을 읽어, 나를 화나게 하지 말라'는 말로 아들과 손자의 공부문제에 크게 관여하는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었다. 자녀 교육으로 인해 '심증(心症)'과 '화증(火症)'을 호소할 정도였다. 그에 따른 편지글의 표현도 단호하고 엄격하였다.
안정나씨는 호서예학 명가인 동춘당 가의 전통을 유지하고 계승시키기 위해 부단히 내치(內治)에 힘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조상이 일구어낸 가문의 전통과 미래는, 어린 자녀들의 교육에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는 '자식 글 읽는 소리'라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소리 내서 글을 읽던 '성독(聲讀)'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책을 눈으로 보는 '간서(看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저 들판에서 불어오는 7월의 바람 속에, 시경 '관저장' 글 읽는 소리가 아스라이 실려 오는 것을 상상해 본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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