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에 멈춰 설 때마다 옆 차와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열기에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스무 살에 배달 일을 시작한 박모(52)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누비는 일엔 이골이 났다. 하지만 여름철은 도통 적응이 안 된다. 헬멧 쿨패드, 쿨토시, 휴대용 선풍기, 쿨링조끼 등으로 중무장해도 역부족이다. 그는 "안장이 달궈져 엉덩이가 뜨겁고, 헬멧에선 땀이 줄줄 흘러 어지럽고 메스꺼울 때가 많다"며 "잠깐 배달을 쉬는 게 답이지만 배달일 하는 분들은 형편이 안 좋아 계속 일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때 이른 폭염이 찾아왔다. 무료주식강좌 전국 95%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등 최고 35도까지 치솟는 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여름은 해가 갈수록 더 이르게 찾아와 더 늦게 떠난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1970년대 대비 2010년대 평균 폭염 및 열대야 일수는 각각 1.7배, 2.1배 늘었다. 또 질병관리청 집계 결과 5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454명주식정보의마법사 으로 전년 동기(381명) 대비 19% 증가했다. 택배·배달기사, 대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은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돼 여름을 난다. 고용노동부가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물 제공 △바람·그늘 확보 △규칙적 휴식 △보냉장구 비치 △응급조치 체계 구축)' 준수를 강조하지만 체감온도 31도를 넘는 작업장이 대상일 뿐 플랫폼 노동자에겐 해당되지반도체주 않는다.
무더위에도 휴식은 사치… 링거 맞고 근무도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동노동자를 위해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쉼터가 전국 83곳에 있지만 할당량을 채인터플렉스 워야 해 이용이 쉽지 않다. 9년 차 택배기사 임모(39)씨는 "오전에 출근해 상차 작업을 마치면 낮 12시부터 배송을 시작한다"며 "밤 9시, 10시까지 작업해야 겨우 물량을 소화해 점심도 거르는 판에 휴식은 속 편한 소리"라고 했다. 열대야가 심한 탓에 밤에 근무하는 대리기사들도 더위로 고통받는다. 대리기사 양모(56)씨는 "현금입출신규추천종목 금기(ATM) 부스나 지하철역에서 대기하는데, 자정이 넘으면 이용이 어렵다"며 "쉼터에 들어가면 콜을 잡을 수가 없어 번화가를 떠날 수 없다"고 전했다. 대리기사 커뮤니티엔 '겨울보다 여름이 더 힘들다'며 '땀 흘리고 냄새나면 스스로도 괴롭고 손님 눈치도 보인다'는 글도 올라왔다. 건물 외벽 계량기를 찾아 골목을 돌아다니는 도시가스 검침원은 플랫폼 노동자는 아니지만 업무 특성상 5대 기본수칙 적용을 받기 힘들다. 지난해 폭염 때 링거를 세 번 맞았다는 검침원 김모(58)씨는 "올해는 더위가 더 일찍 찾아온 것 같다"며 "작년엔 폭염이 심한 한 달 정도는 검침 없이 점검·송달 등 업무만 하는 대책이라도 있었는데 올해는 언급조차 없으니 알아서 새벽 출근을 하는 게 유일한 대비책"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동노동자에게 더 더운 여름... 대책 마련해야"
지난달 17일 배달기사들이 서울 테헤란로를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폭염이 더 극심해지고, 기간도 길어질 거라며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인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도로 복사열에 노출된 이동노동자들은 기상청 안내 체감온도보다 훨씬 더운 여름을 보낸다"며 "작업을 중지하는 순간 생계가 끊기는 만큼 '기후 실업급여' 등으로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각 직업군 특징에 맞는 폭염 대책을 자율로 마련하되 온열질환 사망 등을 업무상과실치사로 인정해 개별 작업장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