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선물 l 앤 모로 린드버그 지음, 김보람 옮김, 북포레스트(2022)
정지우의 책과 맥주
얼마 전,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주최하는 테드(TED) 강의에 참석했다. 청년들에게 조언하려면 입금부터 하라는 밈이 퍼지는 요즘, 막상 청년들의 초청으로 자리에 서게 되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정한 주제는 ‘불안’이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뒤처질지 모르는 불안’을 의미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는 모두가 일상적으로 쓰는 유행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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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서는 나 또한 그러한 불안을 껴안고 살아온 이야기를 전했다. 작가를 꿈꾸며 보낸 20대, 이후 수험 시절과 직장 시절을 거치며 따라붙었던 불안을 견디게 했던 내 나름의 경험도 이야기했다. 그것은 무엇도 통제하기 쉽지 않은 세상 속에서, 통제할 수 있는 내 안의 것을 지니는 일이었다. 내게 그것은 ‘꾸준한 글쓰기’였다. 지난 20
바다이야기오락실 여년간 매일 글을 써오면서, 내 삶의 한 축이 담담하게 자리 잡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강의가 끝나고, 한 청년이 질문을 했다. “자기만의 꾸준히 할 것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일단 고독을 마주해야 합니다.” 그 대답이 나왔던 건, 얼마 전 읽은 앤 모로 린드버그의 ‘바다의 선물’ 때문이었다고
바다이야기#릴게임 할 수 있다. 1955년에 쓰인 이 책은 저자가 홀로 바닷가에서 보낸 며칠간의 성찰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일상의 번잡스러움에서 벗어나 바닷가에서 만난 고독의 중요성에 관해 줄곧 이야기한다.
“인간의 내면에는 홀로 있을 때만 끌어다 쓸 수 있는 샘이 있다. 예술가는 창작을 하려면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작가는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음악가는 작곡하기 위해, 성직자는 기도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는 전방위적으로 홀로 있는 시간을 방해한다. 흔히 고립과 외로움이 화두인 시대라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진짜 홀로’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고, 화장실 갈 때조차 스마트폰
릴게임하는법 을 들여다본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고요히 고독하게 ‘나’를 마주하는 시간은 좀처럼 없다. 항상 ‘내가 아닌 다른 것’에 대한 관심으로 매 순간이 채워져 있는 나날들 속에서, ‘나만의 것’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중심을 붙잡을 수 있는 행동을 의식적으로라도 추구해야 한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 사색, 기도, 음악, 독서, 공부, 업무에 집중하기 등등. 그것이 신체적, 지적, 예술적인 것이든 간에 자신의 안에서 끌어올린 창조적 활동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거창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훌륭한 작품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반드시 자기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여러모로 삶의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온 세계 자산이 변동성으로 출렁이고,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인간을 대체할지 모른다. 취업 불안, 노후 불안, 관계 불안 등이 삶을 뒤흔든다. 그럴 때일수록, 거창하진 않더라도 ‘자기 자신의 것’을 찾고 가지고 축적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할 수 있다. 흔들리는 외부 현실의 반대편에, 오랫동안 지켜나가는 자기만의 것이 삶의 기둥이 될 수 있다. 만약 그 길을 찾고 싶다면, ‘바다의 선물’을 들고 며칠 바닷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가·변호사 기자 admin@seastorygame.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