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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7-13
조회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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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여름이 늦다 수군댔더니 그 말을 들었는지 당장 더위가 맹폭을 펼친다. 실로 의뭉스러운 날씨가 아닐 수 없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살은 눈을 부시게 하고 겨우내 여려진 살갗을 파고든다. 초복이 아직 좀 남았는데 벌써부터 보양식이 없으면 견뎌내기 버거울 지경이다. 기어코 뱀장어 집을 찾아 나섰다. 영양도 영양이려니와 더위에 녹아내린 입맛 때문이기도 하다. 기름이 많은 뱀장어는 지글지글 구워놓으면 고소한 맛이 그리도 좋다황제티브이
. 기다란 것이 펄떡펄떡 뛰니 뭔가 몸에 좋을 듯한 형상을 지닌 것이 뱀장어다. 실제로도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허약한 체질에 에너지를 준다. 분명히 뱀장어목 뱀장어과에 속하지만 뱀장어라 하니까 괜스레 먹기 싫어지는 이들도 있을 법하다. 뱀을 닮았대서 뱀장어지만 뱀에 식욕을 느낄 리 없다. 그래서 뱀장어 구이집 사장들이 생각해 낸 이름이 바로 민물장어다. (증권명장
역시 바다에서 왔지만) 실제로 민물에서 잡히고 붕장어, 갯장어 등 바닷장어와 대비되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그냥 민물장어로 쓰기로 한다.
민물장어는 지금이 제철이다. 원래는 가을에 살과 지방이 오른다. 생선에게 ‘제철’이란 제일 좋을 때를 일컫기도 하지만 연중 가장 많이 소비할 때도 쓰는 말이다. 심지어 꽃게나 쏘가리의 경우증권주식종목
, 금어기를 벗어나는 때를 제철이라 부르기도 한다.
민물장어를 가장 많이 먹을 때는 복날을 앞둔 여름이다. 여름나기 보양을 위해 열심히 찾아 먹는다. 수요가 많아지니 값도 오른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니 역시 제철이다. 추어탕처럼 푹 끓여낸 탕도 있지만 보통은 구이로 즐긴다.
대가리를 떼고 옆에서 칼집을 내고 등뼈와 내장을증권거래소개장시간
뺀다. 그러면 넓적한 살집 한 장이 나오는데 여기에 양념을 바르거나 소금을 뿌려 앞뒤로 굽기만 하면 된다. 한입 크기로 썰면 숫자 ‘3’ 모양의 단면이 나온다. 이를 집어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끝. 소스를 흥건히 적신 양념구이를 밥 위에 올리면 장어덮밥이 된다. 일본인들이 덮밥 중 최고로 생각하는 메뉴가 장어덮밥, 즉 ‘우나기동(ウナ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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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장어 소비량이 세계 1위를 달리는 일본에선 예전부터 즐겨온 식재료다. 다양한 메뉴로 조리해 먹는데 그냥 구워서 먹기보다는 대부분 밥과 함께 즐긴다. 값이 상당히 비싸니 밥과 같이 먹어야 그나마 배를 채울 수 있다. 교토(京都) 지역의 향토요리로 유명하며 시즈오카(靜岡)현의 우나기츄(ウナギ重), 나고야(名古屋)의 히쓰마부시(ひつまぶし) 등도 지명도가 높다.
교토에는 1576년에 시작한 민물장어 식당이 있다. 야마바나헤이하치자야(山ばな平八茶屋)란 료칸(旅館)을 겸한 식당인데, 이름만큼이나 역사가 길다. 무려 450년에 이르는 업력을 자랑한다. 참고로 1576년이면 조선 선조 때로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6년 전이다.
장어덮밥
일본의 민물장어구이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특히 도쿄(東京)가 속한 간토(關東) 지역에선 민물장어를 먼저 삶은 다음 양념을 발라 구워내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선 주로 튀기거나 볶아서 먹는데 고급스럽기로 널리 알려진 화이양(淮陽) 요리 중 롼더우창위(軟兜長魚)가 대표적 민물장어 메뉴다.
이렇듯 한국과 중국, 일본 모두 민물장어를 스태미나를 올리는 음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무래도 농사를 짓던 생활습관에서 기인한 듯하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농사일을 할 때 인근 하천에서 잡은 민물장어로 단백질 부족을 해결했던 것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
그런데 실제로도 영양가가 아주 높다. 단백질은 물론 불포화지방산,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100g당 단백질은 약 14g, 지방은 약 17g이 들었는데 지방 중 불포화지방산이 대부분이며 오메가3도 포함됐다. 비타민A는 하루 권장량을 뛰어넘고 비타민B군(B1, B2, B3, B12)과 비타민D·E도 들었다. 칼슘과 철분, 인, 칼륨, 아연, 셀레늄도 다량 포함됐으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복합 영양제라 부를 만하다.
효능이야 위에 열거한 성분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당장 힘을 내고 혈액순환을 돕는 데다 눈과 뇌에도 좋고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특히 콘드로이틴과 뮤신 등은 관절과 뼈 건강에 도움을 주며 피부 재생에도 유익하니 절개 수술을 받은 후에 민물장어를 챙겨 먹는 것은 틀린 일이 아니다.
장어탕
그래서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등 옛 문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민물장어다. 만리어(萬里魚), 또는 만리어(鰻?魚)라 불렀는데 실제 민물장어의 생태적 습관과 신기하게도 들어맞는다.
멀리 태평양 서부 심해에서 부화한 민물장어는 ‘렙토세팔루스’라는 유체 상태로 극동까지 헤엄쳐 온다. 담수로 올라올 즈음 변태하며 비로소 투명한 실뱀장어가 된다. 하천을 따라 올라온 실뱀장어는 성어가 될 때까지 계속 담수에 살다가 다시 알을 낳으러 먼바다로 떠나는데 이를 생각해 보면 정말 만리어(萬里魚)가 맞다.
필리핀 제도 인근 마리아나 해구에서 부화한 것이 한반도까지 온다는 설이 있다. 1만 리(약 4000㎞)를 헤엄쳐서 온 생선 ‘만리어’라니, 옛날 사람들이 이를 어찌 알았을까 신통방통하기만 하다.
미스터리에 가까운 민물장어의 생태에 ‘멸종 위기종’이라는 희소성까지 더해져 굉장히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고급 강장 식품으로서 민물장어의 가치는 나날이 올라가 이젠 ‘귀하신 몸’이 됐다.
국내산 민물장어는 식당에서 ㎏당 5만∼6만 원 정도에 팔리니 그냥 생선구이로 취급하면 안 될 일이다. 생김새는 닮았지만 대부분 질겁하는 뱀과는 전혀 대우가 다르다. 민물장어는 하천을 끼고 있는 전국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경기도는 김포시, 파주시 등에 민물장어 전문점들이 몰려있으며 전북 고창군과 전남 영광군, 경남 진주시가 향토 요리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지역이다. 의외로 강화도 갯벌장어도 잘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고창군이 내세우는 풍천장어란 이름이 가장 유명한데 풍천(風川)이란 지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바닷바람이 불어 드는 강 하구 기수(汽水) 지역을 뜻하는 말이다.
바야흐로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이 성큼 다가섰다. 한바탕 비라도 내리고 나면 뒤이은 햇살이 불화살처럼 쏟아진다. 미각도 미각이지만 몸이 먼저 민물장어를 찾게 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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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맛볼까
◇갈릴리 농원= 파주의 유명한 장어집이다. 민물장어만 사서 숯불 석쇠에 구워 먹으면 된다. 직접 양만장을 운영하는 만큼 투실한 살집을 자랑하는 민물장어가 이 집의 자랑거리. 실제로 집게로 뒤집어 보면 팔이 아플 정도로 묵직하다. 셀프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채소가 있고 밥과 김치, 과자, 컵라면 등은 인근 매점에서 사다가 함께 먹으면 된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방촌로 1196.
◇상상주막= 서울 경동시장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곳. 전복버터구이, 홍어무침 등 다양한 계절 해물과 볶음, 구이 등 맛깔나는 안주류를 다채로운 지역 전통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현대판 ‘주막’이다. 철판에 올린 민물장어 양념구이를 향긋한 복분자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게 다 고창 출신 사장의 안목 덕분이다. 칸과 칸을 나눠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보장하는 실내 공간도 좋고 건물 사이에 위치한 야외 테이블도 인기 만점이다.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28길 37.
◇황금연못 장어촌= 특산물이 많기로 유명한 전남 장흥에는 민물장어도 많이 난다. 민물장어 양식수협도 있다. 이 집은 민물장어에 된장을 풀어 걸쭉하게 끓여내는 장어탕이 유명하다. 칼칼한 양념으로 끓여낸 장어탕은 구수하고 진한 풍미로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당장 되살려 놓는다. 뚝배기에 담아 지글지글 온기를 유지하는 장어덮밥도 인기가 좋다. 전남 장흥군 장흥읍 남부관광로 17.
◇마루심= 나고야(名古屋)식 장어덮밥인 히쓰마부시를 국내에 가장 먼저 소개한 집이다. 히쓰마부시는 보통의 우나기동(장어덮밥)과는 약간 다르다. 나무그릇(히쓰)에 밥을 담고 민물장어 가바야키를 얹어 내오는 것이 바로 히쓰마부시다. 장어를 얹은 밥을 그냥도 먹고 밥과 섞어도 즐긴다. 우나기동보다 좀 더 가늘게 썰어내 밥과 비벼 먹기에 좋다. 마지막에 녹차를 부어 오차즈케로 먹는다. 반포가 본점인데 마포에도 있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316 성진빌딩.
◇청룡집= 산중 내륙인 전북 남원이지만 뱀장어 요리가 유명하다. 아삭한 더덕과 함께 즐기는 더덕장어구이다. 남원식 민물장어요리는 고추장 소스에 장어를 볶듯 구워낸 다음 그 위에 생더덕을 한가득 썰어 덮어주는 것이 특징. 매콤달콤한 양념과 향긋한 더덕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이 중 2대를 이어가고 있는 청룡집은 부드러운 양념으로 인기를 모으는 집이다. 메기와 빠가사리 등을 넣고 끓인 매운탕도 맛있다. 전북 남원시 요천로 2266.
◇탐진강 장어나라= 전국에 민물장어로 유명한 지역이 많은데 전남 강진 목리 장어도 은근히 명성이 높다. 뭍에서 흘러드는 탐진강과 남해의 경계에 있는 목리는 예전부터 장어집으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목리에 민물장어를 가공하는 통조림 공장이 있었을 정도. 탐진강 장어나라는 투실한 장어를 소금과 양념구이로 즐길 수 있다. 특히 한정식 상처럼 갖은 반찬을 곁들일 수 있는 셀프 코너도 있어 많은 이들이 알고 찾는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목리길 83-13.
◇우나다이=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쓰마부시를 판다. 나고야 명물 마제소바를 팔던 ‘멘야하나비’에서 역시 나고야와 관련 있는 장어집을 차렸다. 양념을 발라가며 바싹 구워낸 가바야키 한 마리를 통째로 잘게 잘라 밥 위에 얹었다. 겉은 바삭하지만 살점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다. 진한 장어 양념도 잘 흘러내려 밥알을 흠뻑 적신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83길 36 2층.
◇고옥= 부산에서 민물장어덮밥을 즐길 수 있는 곳. 일본과 가까운 부산은 일식을 잘하는 곳이 많다. 고옥(古屋)이란 이름처럼 이곳에서도 히쓰마부시를 판다. 식탁 메뉴판에는 ‘4번에 나눠’ 먹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덮밥을 주걱으로 4등분 해서 처음엔 그냥 밥과 함께 먹고, 두 번째는 김과 파, 고추냉이를 곁들여 먹는다. 세 번째는 녹차 물을 넣어 오차즈케로 즐긴 후 마지막은 가장 좋았던 방법으로 먹으라고 쓰여 있다. 부산 수영구 광남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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