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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6-15
조회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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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최지우가 출연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를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아담하고 예쁜 성당이 나온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 부근 풍광이 수려한 곳에 자리잡은 서초구 우면동 성당이다. 우면산 남쪽 야트막한 자락에 붉은 벽돌로 세운 성당은 규모가 작고, 첨탑도 나직해 정겹게 다가온다. 고도를 제한받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 2000년 주택을 개조해 자연 친화적으로 지은 덕분에 성당은 한결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게 됐다. 요즘도 봄·가을엔 결혼식장으로 인기가 높다.
우면동 성당을 책임지는 백운철(66·스테파노) 주임 신부는 “요즘 잠을증권시세조회
잘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고, 서리풀 개발지구에 포함되면서 25년밖에 되지 않은 이 성당이 강제 수용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이 아름다운 성당이 조만간 허물어져 사라질 수도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죠.” 잔디가 촘촘히 깔린 992㎡(300평) 남짓한 마당 한쪽에서 최근 만난 백 신부는 시름20일선
에 싸인 표정이었다.
백 신부에게 이곳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봉직하게 될 성당이어서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그는 늦깎이 본당 주임 신부다. 지난해 2월 이 성당 주임 신부로 발령받은 게 첫 사목 활동이다. 사제 서품 이후 39년 만이다. 1985년 사제가 된 이후 9년 동안 프랑스에서 유학했고, 귀국 뒤엔 가톨릭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주식강좌
르쳤다. 백 신부는 “일반 신도를 상대로 사목 활동을 하게 되니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와는 다른 새로운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고 했다. ‘신학과 사상학회’ 회장을 맡아 지금도 학술지 ‘가톨릭 신학과 사상’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백 신부는 70살이 되는 2029년이면 은퇴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군요. 이 성당이 허물어진다는 걱정 때문만주식파생상품
이 아니었어요. 성당에 다니는 신도들과 마을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거잖아요.” 지난해 11월5일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이곳 서리풀 지구를 포함한 수도권 5곳의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성당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백 신부는 “이 부근 마을은 수십대를 거쳐 살아온 최씨·이씨·송씨 집성촌”이한미홀딩스 주식
라며 “5년이면 떠날 저 같은 사람의 심정도 이런데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배우 이병헌, 최지우가 출연한 영화 ‘누구나 비밀은 있다’(2004)에 결혼식 장소로 나오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성당은 고도를 제한받는 개발제한구역이라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아담한 규모에 친환경적으로 지어졌다. 임석규 기자
땅값이 비싼 수도권에선 보통 개발제한구역을 풀어달라는 민원이 많은데, 이곳에선 반대 목소리가 많은 이유가 있다. “논이나 밭은 수용돼도 토지 보상을 받고 집도 지을 수 있는데, 이 일대는 사람들이 실제 거주하는 취락지구라 사정이 달라요.” 백 신부는 “주민들이 정부의 공공주택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130가구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제외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조성 정책으로 이들은 이미 주택을 제외한 토지의 대부분을 수용당했다. 백 신부는 “이미 취락구조개선사업, 집단취락지구 지정 등 주거 환경 개선을 거쳐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친환경적으로 지은 집들을 부수고 25층 높이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황당한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 신부는 주민들과 함께 행동에 나섰다. 성당 신도 1506명의 서명을 받아 서초구청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마을 주민과 서초구 10개 성당 신도 등 8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의회에도 청원을 냈다. 청원 내용을 검토한 서울시의회도 “재산권 제한을 받으면서도 40년 이상 마을을 형성해 거주한 주민들의 주거권을 고려할 때 청원 취지는 정당한 측면이 있다”며 “주민 주거권과 거주 안정성 확보를 위한 검토가 필요하고, 거주민 의견이 개발계획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백 신부는 “성당과 마을이 개발 예정지구 외곽에 위치해 이를 제외하더라도 얼마든지 개발 사업 추진과 공익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걸 현장에 와보면 대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국토부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줄기차게 요구해도 서울시가 수십년 동안 거부했는데, 오세훈 시장이 이를 갑자기 해제한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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