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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43번째 레터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머티리얼리스트’입니다.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한국계 감독 셀린 송의 신작인데요. 저는 전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보다 ‘머티리얼리스트’가 더 좋았습니다. 화려한 뉴욕을 배경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왠지 익숙한 K드라마의 향기가 난달까요.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제목인 ‘머티리얼리스트’는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속물, 물질주의자라는 뜻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 제목을 ‘속물들’이라고 지을 순 없으니 영어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지 국가신용보증 만, 제목엔 이 영화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소니 픽쳐스
상류층을 위한 결혼정보회사의 커플 매니저 루시(다코타 존슨)도 ‘머티리얼리스트’입니다. “결혼은 비 제1금융권 즈니스”라 여기고,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하죠. 주차비 때문에 남자 친구랑 다투다가 길 한복판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이별한 적도 있고요.
그런 루시 앞에 외모·능력·성격까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모펀드 매니저 해리(페드로 파스칼)와 구질구질하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전 남자 친구 존(크리스 에번스)이 동시에 나타나고, 둘 사이 우리은행생애최초대출 를 갈팡질팡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펼쳐집니다. 수많은 K드라마에서 봐온 삼각 구도지만, 이 영화는 현대 사회 로맨스의 풍경을 우아하면서도 예리하게 그려냅니다.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소니 픽쳐스
영화 속 루시와 상담 이탈리아 자동차회사 하는 고객들은 “흑인은 싫어요” “뚱뚱한 사람 싫어요” “연봉은 2억 이상” 등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않는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데이트 상대를 고를 땐 물건 고르듯 수치화된 조건부터 따지는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꼬집습니다.
셀린 송 감독이 과거 커플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울산학자금대출 쓰고 연출했습니다. 미국판 결혼 정보회사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남자 키가 15㎝ 더 크면 시장 가치가 2배는 뛴다”는 둥 고객의 상품 가치를 따지는 노골적인 대화가 이어집니다. 루시는 수많은 남녀를 연결해주며 ‘완벽한 짝을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죠.
영화 '머티리얼리스트' /소니 픽쳐스
영화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희미해져가는 사랑과 낭만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자동차나 집을 살 때처럼 계산기를 두드리는 고객들을 봐온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트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사랑은 쉬워요. 사랑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까요.” 맞는 말이죠, 본래 사랑은 어려운 게 아닌데 어쩌다 사랑이 이렇게 어려워진 걸까요.
관객은 루시와 함께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누구를 선택해도 납득이 가는 건 배우의 매력 덕이 큽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번스가 가진 건 없지만 사랑에 진심인 전 남자 친구 역을 맡았고,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 페드로 파스칼이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완벽남’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려냈습니다. 여주인공 다코타 존슨도 자신을 물질주의자라 말하지만, 사랑도 놓지 못하는 욕심 많은 루시 역을 밉지 않고, 현실감 있게 그려냈습니다.
그리 가볍지도 않고, 그리 무겁지도 않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이니 누구와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같이 본다면 극장을 나오면서 할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은 영화입니다. 그럼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창이고 호수이며 거울. 여러분을 그 곁으로 데려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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