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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인 제이는 한때 355㎖짜리 맥주 캔을 비워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500㎖짜리 캔을 따는 날엔 나와 나눠 마시기도 했다. 맥주를 홀짝이며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오늘바다이야기 게임
도 계단에서 구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어. 다리가 부러지면 병원에 입원할 수 있을 거고, 그럼 민원인을 만나지 않아도 되겠지.” 옆에서 내 몫의 맥주를 꿀꺽 삼키며 나는 생각했다. 국민의 복지, 행복한 삶을 위해 일하는 이의 행복은 어디 있는 걸까. 공무원, 특히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안타까운 소식을 기사로 만날 때마다 유독 마음이 먹먹해지는 건 제이의 맥주동부하이텍 주식
시절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제이는 인터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다. 광역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자신은 현장을 떠난 사람이라 들려줄 만한 얘기가 없다며 대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동료를 소개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현장’이라.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할 때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자리를 ‘오늘미국증시
복지의 현장’으로 지칭할 수 있다면 수도권의 한 행정복지센터(옛 주민센터)에서 ‘찾아가는 보건복지팀’ 팀장으로 일하는 홍영은(가명)씨는 ‘현장’과 관련 있는 사람이겠다 싶었다. 동시에 ‘팀장’이라면 ‘현장’과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는 의심 또한 슬쩍 품은 채 4월 어느 날, 그를 만났다.
홍씨는 23년째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디아이씨 주식
공무원이 되기 전 종합사회복지관에서 1년 반 정도 일했으니 25년 가까이 복지 관련 일에 종사한 베테랑이다. 동 기관뿐만 아니라 시청과 구청의 여러 부서에서 일했고, 몇달 전 행정복지센터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행정복지센터의 업무는 대개 행정팀과 복지팀으로 나뉘는데, 저소득층이 많고 위기 가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증시정보
현장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추가로 있어요.” 그의 설명이 의아하게 들렸다. 지하철역에서 약속 장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꽤 많은 신축 아파트들을 스쳤기 때문이었다. “1동을 보고 오셨네요. 그쪽은 재개발되어 중산층 비율이 높고, 여기 2동은 낡고 좁은 다가구주택이 많아요. 아동은 다른 동에 비해 적고 연령대가 높은 어르신, 장애인, 저소득 1인 가구 거주자가 많은데 고독사 발생 가능성이 큰 편이죠. 그렇다 보니 직접 방문하여 의료서비스와 복지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꼭 필요해요.”
그가 맡은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은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적절한 사업에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공부조, 즉 기초생활보장이나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신청 연계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바우처 사업과 같은 사회서비스도 안내하며 신청을 돕는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찾아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지원하고, 위기 이웃 발굴을 위해 조직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운영하며 지역사회 내 다양한 복지 자원을 찾는 것도 팀의 일이다.
“중산층 거주 지역의 복지가 생애주기에 따른 보편적인 사회서비스와 정보 제공 위주로 진행된다면, 저소득 가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공공부조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나 의료비 지원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어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는 측면도 있는데, 이건 동마다 있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지역 상황에 맞는 사업을 진행해요. 저희 동은 주거가 열악한 편이라서 간단한 집수리나 방역소독 같은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을 지원하고요. 또 반찬과 음료 배달 사업도 하는데요, 이게 대상자의 식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고독사 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돼요. 무슨 일이 생기면 음료가 쌓일 테니까요.”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의 일은 다양한 대상자들의 생활 전반을 살펴야 하기에 그가 25년 동안 켜켜이 쌓아 올린 경험이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이라면 팀 관리나 상급 기관과의 업무 등에 치중하지 않을까 했으나 홍씨는 인터뷰 당일도 바삐 움직였다. 지역 통장들을 대상으로 위기 이웃 발굴과 고독사 예방 관련 교육을 진행했고, 저소득 수급자 가정에 쌀을 전달했다.
홍영은씨가 현장을 나갈 때마다 신는 신발과 그가 위기 발굴 이웃들에게 복지서비스를 안내하면서 건네는 관련 안내물들이다. 홍영은씨 제공
“이 업무를 맡고 다짐한 게 ‘현장에서 보고 듣자’였어요. 필요한 정보는 물론 서류에 담겨 있죠. 그럼에도 동네 분위기는 어떤지, 거주 상황은 어떤지 직접 둘러보고, 또 대화를 통해 대상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다 보면 선명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오늘도 쌀을 전달하는데 구조가 특이한 집들을 봤거든요. 대문이 없고, 계단이 위험하게 노출된 집을 눈으로 확인하면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됩니다.”
홍씨에게도 일의 고단함은 찾아온다.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대상자가, 솔직히 적진 않아요. 시청이나 구청 등의 상급 기관보다 동 기관에서 분노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내 공직 생활의 8할이 동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최일선인 동에 오래 있었거든요. 민원인들을 많이 만났죠. 연차가 낮을 때는 분노한 상대에게 휘말려서 심적으로 무너지기도 했고, 같이 불구덩이로 뛰어들기도 했어요. 경험도 적었고,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게 쉽지 않던 시절이었어요. 비슷한 상황에서 지금은 잠시 물러나 기다려요. 대상자가 진정된 뒤 마주 앉아 그의 말을 경청하죠.”
협박이나 비인격적인 언행을 일삼는 민원인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그에게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위한 조처는 없는지 물었다. “별다른 건 없어요. 공무원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으니 저희만을 위해 따로 진행하는 건 어렵겠죠. 그래도 번아웃 예방과 업무 마인드 상실을 방지할 수 있는 심리 지원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는 책을 읽거나 가까운 공원을 찾아 산책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며 쌓이고 쌓인 고단함을 조금씩 덜어낸다. 그리고 마음의 정원을 가꾼다. “힘들 때마다 사과나무도 심고, 벚나무도 심고, 풀도 가꾸고 그래요. 고단할수록 마음의 정원이 커지는데 기억이 희미해지면 나무와 풀도 사라지면서 괜찮아져요. 근데 그것보다 힘이 되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더라고요.”
홍씨가 초임 시절에 가정방문으로 만난 대상자는 손가락을 다쳐 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부자(아버지-아들) 가정의 가장으로, 생계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고 부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처음엔 자세히 말씀하지 않았고, 그래서 잘 몰랐어요. 근데 질문과 답이 쌓일수록 알겠더라고요. 그분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걸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자격이 되는 것도 모르셔서 바로 신청을 권했고, 다행히 지원받을 수 있었죠. 얼마 뒤에 제가 다른 동으로 인사 발령이 났는데 누님과 함께 찾아오셨어요.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도 했었다며,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민원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이런 얘기 들으려고 일하는구나 싶어요.”
노력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법적 기준에 따라 수급자에게 자격 중지를 통보해야 할 때가 있어요.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을 알고 있으니 쉽게 입이 안 떨어져요. 자격 중지라는 말에 서럽게 울던 분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그래서 다양한 각도로 접근해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골똘히 생각하다 보면 길이 찾아지기도 하더라고요.” 이를 위해 그는 늘 복기한다. 퇴근 후 집안일을 하다가도, 잠을 청하다가도 오늘 일을 곱씹고 개선점을 찾으며 다음엔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 마음으로 업무 너머를 살피기도 한다. “사회복지 일은 기준에 맞춰 자로 잰 듯 일하면 회의를 느끼기 쉽지만, 한 걸음 더 나가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이상한 종교 단체에 엮여서 평생 모은 수급비 1500만원을 이체하셨고, 그 일을 알게 된 요양보호사가 제게 도움을 청했어요. 당장 돌려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해서 돌려받았죠. 엄밀하게 제 업무는 아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죠. 어쩌면 저의 일은 누군가의 이야길 듣고 그를 이해하고 그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홍씨의 일은 복지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맡은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몇번이나 내비쳤다. “말 한마디, 행동, 눈빛이 상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음을 갈수록 체감하거든요. 그래서 젊었을 때 업무 처리 태도나 방식, 말투가 후회되기도 해요. 지금도 실수를 하고 있겠지만 반성하고 개선하려고 해요. 대학교 1학년 때 사회복지학 강의를 듣는데 교수님께서 복지는 잘 먹고 잘사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거라고 하셨거든요. 10년차 정도 되었을 때 그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렵지만 잘해내고 싶어요. 제가 복기하고 노력하는 이유예요. 이 과정에서 느끼는 감사와 보람이 제 삶도 조금씩 나아지게 만드는 듯하고요. 물론 고단한 순간이 찾아올 때는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만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앞으로 누리고 싶은 복지에 관해 물었다. “2026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작되는데 상황상 아직은 공공부조 측면이 강조될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재산의 많고 적음과 별개로 정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분들도 많단 말이에요. 가능한 한 다수에게 돌봄서비스가 제공되면 좋겠어요. 간병을 포함하여 식사나 개인위생 등이 해결되면 큰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저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잘 먹고 잘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와 헤어지고 나는 골목의 주택가로 발길을 옮겼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걷는 홍씨를,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 문을 두드리는 그를 떠올리며 걸음을 내디뎠다.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장’에서 그가 마침내 열고야 만 것은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상대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애썼기에 그 마음을 마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홍씨의 일터를 떠나며 나는 바랐다. 그의 정원이 소란하더라도 어느새 텅 비기를, 내일도 동네를 누비고 다닐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닿기를, 그리하여 그가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기를.
지영 작가
※ 인터뷰이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썼음을 알려드립니다.
지영 l 장편소설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앤솔러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어제를 기억하는 여덟 개의 방식’, ‘킬러 문항 킬러 킬러’가 있다. 5·18 문학상 신인상, 수림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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