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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6-25
조회 :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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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전국의 역사 오래된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개신교 선교 140주년을 맞아 조선일보 문화면에 ‘한국의 100년 교회를 가다’라는 제목으로 역사가 오래된 각 지역의 교회를 소개하고 있거든요.
교회가 자리한 곳은 모두 다르지만 공통적인 역사도 참 많더군요. 선교사들은 공통적으로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서 그 지역의 근대화를 이끌었습니다. 서울의 정동과 대구의 청라언덕, 광주의 양림동이 그랬습니다. 근대화의 세례를 받으며 독립 정신을 기른 덕분일까요, 각 지역의 초기 교회들은 대부분 언제라도 그 지역 3·1 만세운동의 중심이었습니다. 일제의 탄압으로 피해도 많았지만 지역민들에게 ‘교회는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켜 준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우리를 구경하세요. 그리고 성경 말씀 들으세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구경 전도’였습니다.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처음 서울 정동에 자리 잡았지요. every단수취급 당시 정동은 일종의 외교타운, 치외법권 비슷했습니다. 외교 공관과 외교관, 선교사가 몰려 있었지요. 그렇지만 정동을 벗어나면 그런 안전은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구경꾼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선교사들은 기꺼이 자신들을 ‘구경거리’로 사람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사람들에게 금발에 파란 눈의 선교 식금리 사들은 얼마나 신기하게 보였을까요? 선교사들은 그걸 전도에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여기고 구경거리로 삼는 것을 반길 사람이 있을까요? 아무도 없겠지요. 게다가 개인의 사생활,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서양 선교사들이 자신들을 구경거리로 내놓았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결심이었을까요. 언더우드 부인은 여행기에 아반떼 구매프로그램 “미국의 한 시골에 사자나 코끼리가 나타난다 해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흥밋거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즉 자신들이 서커스단의 동물처럼 보일 것을 알면서도 전도를 위해 기꺼이 ‘구경거리’로 내놓았던 것이죠. 당시 선교사들이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는 ‘Gukyung mission’ 즉 한국어 ‘구경’을 발음대로 적은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 이 중소기업기술개발 종합관리시스템 런 ‘구경전도’는 선교사들이 해당 지역에서 서양식 사택을 짓고 입주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가 방문한 교회들은 100년사, 120년사 등을 발간했는데요. 거의 대부분 ‘구경 전도’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주서문교회를 개척한 미국 남장로교 7인의 선교사 가족들. /전주서문교회
◆창호지 문에 구멍 뚫고 구경
전주서문교회 100년사에는 남장로교 ‘7인의 선발대‘ 스토리가 등장합니다. 언더우드가 미국 북장로교 출신이었다면 호남 지방 선교는 남장로교 선교사들이 맡았지요. 일곱 명이 먼저 전주로 파견돼 ’7인의 선발대‘라고 부르는데요. 그 7인의 선발대 가운데에서도 테이트 목사 남매가 먼저 도착했지요. 1894년 3월 서울 정동을 출발해 엿새 만에 전주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과정도 힘들었지요. 오빠인 테이트 목사는 걷다가 말을 타거나 했습니다. 반면 여동생 매티는 가마를 탔지요. 원래 걷거나 말을 타려 했지만 당시 양갓집 규수는 가마를 타야 한다고 해서 그랬답니다. 그런데 매티는 체구가 좀 컸던 모양입니다. 작은 가마에 몸을 구겨 넣고 엿새를 여행했다면 참 힘들었겠지요. 가마 안에는 기름종이로 만든 소변 기구를 넣었다고 하지요. 요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쨌든 엿새 동안의 힘든 여행을 마친 테이트 남매에겐 더 어려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구경꾼들이었지요. 전주 서문교회 100년사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1894년 3월 24일(토요일) 오후 8시. 어둑할 때에야 비로소 전주에 도착해 은송리의 집에 유숙할 수 있었다. 매티 양은 전주에 온 최초의 백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키가 크고 금발의 파란 눈이었으며 한국 여인에 비해 거대한 발을 가졌고 희귀한 옷을 입은 모습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떼를 지어 와서 구경하였다. 구경꾼들이 집 안과 마당, 길에까지 꽉 차서 마침내는 대문을 부수어버릴 지경이었다. 방 안에도 염치없이 들어오고 문이 닫혔을 때는 문틈이나 창호지 문에 구멍을 뚫기까지 하며 결혼 초야의 신방을 엿보는 것과 같은 진풍경을 자아냈다. 그들은 개인의 사적 생활 존중에 전혀 무관심했던 것이다. 그때 함께 데리고 온 전도부인 여씨(그녀의 활동비는 뉴욕의 존 언더우드 장로가 담당해 주었다)는 구경차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소개하고 자기들 일행이 전주에 찾아온 연유를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전도 활동을 하였다. 전도부인 여씨는 당초 예정한 대로 두 주간을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갔다. 매티 양은 그대로 남아서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일을 겪었고 또 매일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수백 명의 구경꾼들에게 시달리면서 계속 복음을 전하고자 애썼다.”(전주서문교회 100년사. 100~101쪽)
‘구경꾼들은 집 안과 마당을 넘어 길에까지 꽉 찼다’ ‘대문을 부수어버릴 지경이었다’는 구절이 눈에 띕니다. ‘문이 닫혔을 때에는 문틈이나 창호지 문에 구멍을 뚫기까지’ 했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힙니다.
1970~80년대 드라마에선 결혼식 풍경이나 신방 풍경을 다루는 대목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 문을 뚫고 신방을 엿보는 장면이 상투적으로 등장했지요. 그러다가 문이 넘어지기도 하고요. 요즘으로 치면 ‘몰카범’으로 몰려 강력한 처벌을 받을 일이지요. 140년 전 선교사들은 그런 ‘봉변’을 당하면서도 자신들을 구경거리로 내준 것입니다.
언더우드 선교사 부인인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 여사의 '조선 견문록' 표지.
◆미국 시골에 코끼리 나타난 것보다 더 흥밋거리
마티 선교사에 앞서 1889년 언더우드 부부는 신혼여행을 서울의 북쪽으로 떠났지요. 그 기록을 릴리어스 언더우드 부인이 책으로 남겼습니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이란 책을 보면 선교사들이 구경꾼을 대하는 태도와 그 이유가 나옵니다.
언더우드 부인이 신혼여행으로 북쪽으로 떠나겠다고 하니 “선교사와 외국인들은 이 일을 막기 위해 폭력만 빼고 뭐든 사용했다”고 합니다. 항구 말고는 서울의 성 밖으로 10마일 이상 나가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죠. 그렇지만 언더우드 부인은 시골에 가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습니다.
여행길은 물론 힘들었지요. 여성으로서 가마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여인숙(주막)에서 잠을 자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겠지요. 그렇지만 언더우드 부인은 낙천적이고 모험을 꺼리지 않는 여걸이었습니다. 언더우드 부부는 동행자들에게 짚을 준비시켜서 뜨거운 방바닥에 깔고 잤는데 어떤 밤에는 너무 뜨거워 방 안에서 잠자리를 옮겨야 했답니다. 그래도 언더우드 부인은 “그저 유쾌한 놀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구경꾼’이었습니다.
여행기에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리의 이 첫 번째 여행에서 겪은 아주 큰 골칫거리는 ‘구경꾼’들이었다. 종이로 바른 방문은 우리를 엿보기 위해 구멍을 뚫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가는 곳마다 ‘외국인’이란 말, 더구나 ‘외국 여자’라는 말이 불길처럼 퍼져 나갔다. 미국의 한 시골에 사자나 코끼리가 나타난다 해도 그렇게 어마어마한 흥밋거리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여인숙에 들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몰려들어 집안을 꽉 메웠다. 문이란 문은 모조리 구멍이 잔뜩 났다. 손가락을 적셔서는 문의 종이에 살짝 눌러 구멍을 내는 것이다. 이제 정말로 혼자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느닷없이 그 구멍이 온통 탐욕스러운 눈길로 가득 찬 것을 보게 되어 정말로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여태껏 야생 짐승이나 무슨 괴상한 인간들이 벌이는 쇼를 구경해 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충분히 동정이 갔다. 그 정도의 대가로 호기심을 만족시킬 만한 오락이란 게 도무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으나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식으로거나 만족스럽게 얘기를 건넬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들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은 참으로 광적인 것이어서 그것을 얼마만큼 채워 주기 전에는 도대체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하는 말을 좀 들어 달라고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사람들의 호기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이해하면서 ‘호기심을 얼마만큼 채워 주기 전에는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하는 말을 좀 들어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는 게 기꺼이 구경거리로 자신을 내놓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로제타 홀 의사 선교사. 그녀는 평양에서 하루 네 차례 6개월 된 아기를 보여주며 전도에 나서기도 했다.
◆하루 네 번 아기 보여주며 전도하기도
‘외국인 여성’도 그렇지만 ‘외국인 아기’는 더욱 신기한 구경거리였습니다. 선교사들은 기꺼이 아기도 전도의 방편으로 이용했습니다.
1894년 평양에는 의사 선교사 홀 부부가 생후 6개월 된 딸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평양에서도 외국인과 그 아기는 큰 화제가 됐겠지요. 이에 홀 부부는 아예 ‘공식적’으로 아기를 전도에 활용했습니다. 매일 4차례씩 자신과 아기를 1500여 여성과 조선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평양 선교를 시작했던 것이죠.
◆자전거, 사냥개도 구경전도 활용
선교사들은 구경의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지요. 대구제일교회를 설립한 베어드와 아담스, 브루엔 등 선교사들은 ‘자전거’ ‘사냥개’도 구경 전도의 방편으로 활용했답니다.
우선 자전거를 처음 본 당시 사람들이 다가와 만져보고, 안장에도 걸터앉아 보는 등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브루엔 선교사는 문답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고 합니다. “이런 물건 본 적 없지요?” “없습니다.” “조선 사람들은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까?” “없습니다.” “왜 없습니까?” “기술이 없으니까 그렇지요.” “그럼 기술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드릴까요?” 문답의 마지막에 브루엔 선교사는 “물이 얻기 위해선 물이 있는 우물로 가야 하듯이 기술을 얻기 위해서는 그 기술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이 기술은 하나님을 공경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옵니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 대로 됩니다. 쓸모없는 막대기를 숭상하는 사람은 막대기가 되고 반대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하나님처럼 기술 있는 사람이 됩니다.”
사냥개 이야기는 유머러스하기도 합니다. 브루엔 선교사는 ‘마크(Mark)’라는 이름의 사냥개를 키웠다고 합니다. 한번은 이 사냥개를 데리고 경산으로 전도를 갔다고 합니다. 점심때가 되어서 빵을 먹으려 하는데 사람들이 몰려왔다지요. 사람들은 브루엔 선교사와 함께 서양개에게도 관심을 보였지요. 그러자 브루엔 선교사는 빵 조각을 마크 머리 앞에 떨어뜨리고는 “앉아!”라고 명령했답니다. 사냥개는 훈련을 철저히 받지요. 명령받은 마크는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지요. 브루엔은 그 상태에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전했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 마크에게 “이제 끝났다”고 말했답니다. 마크는 그제야 빵을 넙죽 먹었다지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개도 음식을 앞에 놓고 기도한다”고 생각했다지요. 그뿐 아니라 선교사들은 사냥터에 따라온 아이들을 비롯해 야구, 농구, 테니스 등 운동을 통해서도 시범을 보이며 전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선교사가 ‘구경 전도’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일부 여성 선교사들은 이런 구경꾼들 때문에 신경과민 증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구경 전도가 효과를 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전주에서 활동한 마티 테이트 선교사는 자신의 활동을 “씨를 뿌리는 기간으로 그 씨앗이 모두 다 길가에 떨어지지 않은 데 감사한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계속 찾아왔는데, 그 전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으며 세례를 받으려고 했다는 것이죠.
새 종교임에도 개신교가 마찰 없이 한국 사회에 안착하고 1000만 교인으로 성장했지만 선교 초기엔 ‘구경전도’를 마다하지 않은 선교사들의 희생적 헌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종교가 가진 천(千)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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