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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강릉중앙교회(박태환 담임목사). 경포호 서남쪽으로 2018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장들이 펼쳐진 가운데 널찍하게 자리한 이 교회의 본당 옆 교육관엔 ‘하디홀’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이 교회의 뿌리가 미국 남감리교 로버트 하디(Hardie·1865~1949) 선교사임을 보여준다.
로버트 하디 선교사. 1903년 원산에서 회개 운동을 일으켜 이후 1907년 평양대부흥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 인물이다. 하디 선 전용면적 85㎡ 이하 교사는 1901년 영동 동해안 지역을 순회하던 중 기도회를 열었고 이는 강릉중앙교회의 시작이다. /조선DB
하디 선교사는 한국 개신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인 1907년 ‘평양 대부흥’ 도화선에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한국인에게 회개가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이라고도 불린 국고채금리 다.
강릉중앙교회의 교육관에 '하디홀'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김한수 기자
캐나다 토론토의대를 졸업한 의사인 하디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의 안정적 의사 생활 대신 현대 의료를 모르는 한국에서 의료와 선교에 헌신하기로 취직 결심하고 1890년 한국에 왔다. 10년 넘게 과로할 정도로 환자 진료와 선교에 나섰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기(轉機)는 1903년 그가 선교 책임을 맡고 있던 원산에서 열린 연합 여성 선교사 성경 공부 모임(사경회)이었다. 그는 설교 도중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믿음이 없었고, 조선의 교인들을 오만과 교만으로 대했습니다.” 100만원소액대출 하디가 ‘남 탓’이 아니라 ‘내 죄’를 고백하자 선교사들과 조선인 교인들의 ‘회개 릴레이’가 일어났다. 회개의 불길은 원산에서 서울, 개성으로 번졌고 1907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본격적으로 타올라 평양 대부흥이 일어났다.
1904년 9000명이었던 개신교인은 평양 대부흥을 거친 1910년에는 18만명으로 급성장했고 1919년 3·1운동 취업지원 때는 민족 대표 33인 중 개신교인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약진했다. 한국 개신교는 회개 위에 세워진 것이다.
강릉중앙교회는 ‘원산 대부흥’ 2년 전에 설립됐다. 하디가 1901년 원산부터 강릉까지 영동 지역을 순회하며 각 지역에서 기도회를 드린 것이 시작이다. 이때 강릉중앙교회를 비롯해 간성감리교회, 양양감리교회 등이 설립됐다. 개신교계에선 이 지역을 ‘하디 벨트’라고 부른다.
강릉 기도회 참석자는 명국성, 서광호, 김치만 등 소수였다. 초기 교인 역시 ‘회개의 사람들’이었다. 명국성은 예수를 믿은 후 갚지 못했던 빚을 보상하고 자신의 초가 8칸을 기도처로 제공했고, 노름꾼이었던 김치만은 노름판에서 꿔줬던 돈을 모두 탕감해 줘 일대에서 화제가 됐다. ‘예수 믿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소문이 나며 교인이 늘었다. 2대 저다인, 3대 노블 등 외국인 선교사를 거쳐 1912년 4대 담임목회자로 한국인 이동식 목사가 부임했다. 1910년대 의숭(義崇)학교와 의숭유치원을 설립해 근대 교육에 나서는 한편 여선교사들이 여성 성경학교, 한글을 가르치는 야간 학교, 위생과 육아 지식을 알려주는 강좌 등을 열어 여성 교육에 나섰다.
강릉중앙교회 5대 담임목사인 애국지사 안경록 목사 흉상. 그 뒤로 교회 종탑이 보인다. /김한수 기자
‘105인 사건’으로 투옥됐던 애국지사 안경록(1882~1945) 목사가 1915년 5대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교회는 본격적으로 성장한다. 강릉 지역 3·1운동의 중심이 된 것은 물론 설립 20년 만인 1921년 5월 처음으로 기와집 예배당을 짓게 된 것. 예배당에서 금주단연(禁酒斷煙)·물산장려운동 강연회와 어린이들의 재롱을 선보이는 ‘꽃주일 행사’ 등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몰렸다.
강릉중앙교회 교육관 내 어린이 놀이시설. 부모가 예배를 드리는 동안 자녀들이 놀 수 있도록 마련됐다. /김한수 기자
강릉중앙교회의 특징은 역사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2000명 넘는 교인이 주일예배에 참석하며 영동 지역 개신교계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을 위한 헌신과 사랑이 바탕에 깔려 있다. 1992년 사회복지법인 강릉중앙재단을 설립해 성은모자원과 평안의집(양로원), 푸드뱅크와 연탄은행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있다. 2002년 영동 지역을 덮친 태풍 ‘루사’를 비롯해 각종 재해가 발생하면 교인들이 발 벗고 나선다. 강릉 인구가 22만여 명이던 시절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교회가 나서서 15만명 서명을 받았고, 올림픽 기간엔 선수단·취재진 뒷바라지에도 솔선수범했다. 인근 군부대를 찾아 병사 1인당 삼겹살 500g씩 대접하고 남대천 급식 봉사, 성탄절 무렵 ‘사랑의 선물’ 나눔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또 교육관 내 체육 시설 등은 교인이 아닌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덕분에 이 교회 주일학교는 요즘 지방 교회로는 드물게 600명에 이를 정도로 전 세대가 골고루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강릉중앙교회 박태환 담임목사가 역대 담임목사 사진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교회를 설립한 로버트 하디 목사. /김한수 기자
박태환 담임목사는 “우리 교회는 나보다는 우리 그리고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복음의 가치를 실천한 124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역사관을 마련해 이런 역사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