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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은 80년 당시 광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10층 높이에서 시민들의 항쟁과 공수부대의 만행을 다 지켜봤고, 시민군의 마지막 모습도 목격했다. 5?18의 목격자인 셈이다.
ⓒ 이돈삼
1980년 당시 광주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전일빌딩이었다. 전일빌딩은 10층 높이에 청소년무료상담 서 공수부대의 만행을 지켜봤다. 시민들의 항쟁과 도청을 지키던 시민군의 마지막 모습도 목격했다. 5·18의 목격자다. 공수부대에 쫓기는 시민을 숨겨주기도 한 보호자였다.
5월 27일엔 계엄군 진입 여부를 살피던 시민군의 도청 밖 진지이기도 했다. 감시자였다. 군의 헬기 사격도 온몸으로 받았다. 피해자다. 10년 전엔 헬 신협아파트담보대출 기로부터 맞은 총탄의 흔적을 세상에 알렸다. 증언자다.
전일빌딩이 탄흔을 증언하기 전까지 군부는 헬기 사격을 잡아뗐다. 전일빌딩의 증언에 군은 헬기 사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이 줄곧 주장하던 자위권 발포도 정당성을 잃었다. 2016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감식 때 발견된 헬기 탄흔이 245개, 전일빌딩의 도로명 주소가 금남로 소상공인대출조건 245였다.
전시관으로 문을 열면서 '전일빌딩245'가 된 이유다. 이곳을 지난 6월 22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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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245 전시관에 설치된 이혜경 작가의 작품 ‘민주의 탄환’. 작품 속 탄환이 방문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고 있다.(왼쪽) 전일빌딩245에서 열리고 있는 ‘증인 국경을 넘어’ 특별전. 80년 당시 광주에 머문 외국인 3명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민주화 여정을 재조명한다.(오른쪽)
재건축규제완화
ⓒ 이돈삼
▲ ?전일빌딩245 3층 전시공간. 전일빌딩에 들어온 계엄군과 건너편 YWCA에 있던 시민군과의 당시 교전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 이돈삼
전일빌딩 10층과 9층에 원형 보존한 245개의 헬기 탄흔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혜경 작가의 설치작품 '민주의 탄환'도 눈길을 끈다. 작품 속 탄환이 방문객을 향해 날아온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내년 3월까지 '증인: 국경을 넘어' 특별전 열려
외국인의 시선으로 5·18을 조명하는 '증인: 국경을 넘어' 특별전도 열리고 있다. 전시는 80년 당시 광주에 머문 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 고 아놀드 피터슨, 제니퍼 헌틀리 등 3명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민주화 여정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내년 3월 말까지 계속된다.
3층은 당시 전일빌딩에 있는 계엄군과 건너편 YWCA를 지키는 시민군과의 교전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5·18과 언론'을 주제로 계엄사의 보도 검열과 신문기자의 저항을 보여주는 공간도 있다. 전일빌딩 3층에는 당시 전남일보 편집국이 있었다. 옥상 전일마루는 5·18 당시 현장을 조망하는 망루다. 전일빌딩245가 5·18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 ?‘항쟁의 거리’ 금남로에 자리한 광주YMCA 건물. YMCA는 지역 민주화운동의 산실이다.
ⓒ 이돈삼
▲ ?5.18민주광장과 연결되는 광주YMCA 건물. YMCA는 지역 민주화운동의 산실이다.
ⓒ 이돈삼
전일빌딩245 맞은편 광주YMCA는 80년 5월 항쟁지도부의 모임 장소였다. 계엄군의 도청 재진입을 앞둔 5월 26일 민주인사들이 다시 모였다. 참석자들은 김성용 신부를 김수환 추기경에 보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추기경이 글라이스턴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광주학살 중단을 요청하자는 이유였다.
같은 날, 계엄군 재진입에 맞설 시민군을 대상으로 총기 조작법도 알려줬다. 도청 사수를 결의한 시민군은 최후 항쟁지 도청으로 들어갔다. YMCA는 27일 새벽 공수부대의 공격을 받았다. 김종연이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YMCA는 5·18 이후에도 광주정신을 잇는 집회 장소로 쓰였다. 60년대 이후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반독재, 반유신 투쟁의 거점이었다. 5·18 사적이다.
▲ ?광주YWCA 옛터. 80년 5월 당시 시민들이 유인물 제작과 대책회의 장소로 쓴 곳이다. 현재 YWCA는 광주시 북구 유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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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빌딩 10층에 만들어진 헬기 사격으로 인한 탄흔 모형. 탄흔이 남은 창밖으로 광주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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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빌딩 뒤편에 있던 광주YWCA도 사적이다. 5월 19일 계엄군이 YWCA로 들어가 시민을 구타했다. 건너편 무등고시학원에서 학원생들이 야유로 항의했다. 계엄군은 학원에까지 쳐들어가 학원생을 폭행했다.
5월 21일 시민의 힘으로 계엄군을 물리친 뒤, YWCA는 유인물 제작과 대책회의 장소로 쓰였다. 송백회와 극단 '광대' 회원이 궐기대회, 가두방송, 대자보 등을 준비했다. 24일부터는 YWCA신협 관계자와 들불야학 청년들이 '민주시민회보'를 만들었다. 민주인사들도 시민 희생을 막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수시로 가졌다.
YWCA는 27일 새벽 도청을 공격하던 계엄군의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많은 시민군이 희생됐다. 박용준 등 3명이 숨지고, 29명이 붙잡혔다. 붙잡힌 시민은 505보안부대로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다.
포기하려던 한강 작가를 되돌린 이 청년의 일기
▲ ?5.18민주묘지에서 만나는 박용준의 묘. 박용준은 5월 26일 밤 일기를 통해 한강 작가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쓸 수 있도록 결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 이돈삼
박용준은 들불 7열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영신영아원에서 자란 고아로, 구두를 닦으며 숭의실고를 졸업했다. Y신협 사원으로 일하던 중 김영철을 만나 광천시민아파트에 함께 살며 들불야학 활동을 했다. 항쟁 기간엔 '투사회보'와 '민주시민회보'를 제작했다. 민주시민회보 10호를 만들던 중 계엄군 진입 소식을 듣고 총을 들었다.
YWCA는 그의 보상금을 받아 '박용준장학회'를 만들었다. 장학회는 불우한 환경에서도 꿈을 키우는 청소년을 돕고 있다. 그의 필체는 컴퓨터 서체(박용준 투사회보체)로 만들어져 무료 보급되고 있다. 한강 작가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쓸 수 있도록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 이도 박용준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한강 작가가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쓸 수 있도록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 이도 박용준이었다. 한 작가는 자전적 에세이 <빛과 실>(2025년 4월 출간)에서, 5.18 자료를 읽을수록 집필이 불가능한 일이라 느껴졌다고. 이어 "소설 쓰는 일을 더 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며 이렇게 쓴다.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있다 살해되었던,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빛과 실〉 19쪽
▲ ?광주문화방송 옛터 앞에 세워진 5.18사적지 표지석. 표지석이 서원문 폴리작품 안에 서 있다. 지금의 전남여고 후문 앞이다.
ⓒ 이돈삼
▲ ?5.18사적지로 지정된 옛 광주문화방송 앞 도로 풍경. 지금의 전남여고 후문 앞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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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박물관 옆 광주MBC 옛터도 사적이다. 비상계엄 하에서 군부의 검열을 받던 언론은 항쟁은 물론 계엄군의 폭력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외려 거짓 담화문과 오락 프로그램만 방송했다.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의 집단소요 과정에서 연행된 학생과 일반인은 군에서 잘 보호하고 있으며, 그중 가벼운 범법자와 잘못을 반성하는 일부 학생을 석방 조치했으며, 나머지 학생에 대해서도 조사가 끝나는 대로 선별하여 추가 석방할 것입니다.' -윤흥정 전남북계엄분소장 '담화문' 중.
시민들은 진상을 그대로 보도하라며 방송국에 거세게 항의했다. 5월 20일 밤 광주MBC가 불길에 휩싸인 이유다. 이튿날 새벽 광주KBS가 불에 타고, 연이어 광주세무서에도 불길이 치솟았다. 언론의 왜곡 보도와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계엄군에 대한 항의이자 응징이었다.
이에 앞서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은 항의 표시로 집단 사표를 내며 신문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MBC와 KBS광주지부 노조는 2012년 5월, 5·18 왜곡 보도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반성과 함께 공정방송을 다짐했다. 무려 32년 만에 쓴 반성문이었다. 광주MBC 대표이사는 지난해 10월 창사 60주년 기념식에서 5·18당시 상황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점을 공식 사과했다.
▲ ?전일빌딩245 3층 전시공간. 계엄사의 보도 검열과 신문기자의 저항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엔 80년 당시 전남일보 편집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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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로터리 인근 녹두서점 옛터에 세워진 5.18사적지 표지석과 조형물. 서점은 5.18 직후인 80년 6월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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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서점 옛터도 항쟁의 산실이다. 5월 17일 밤 서점대표 김상윤이 예비검속됐다. 청년과 학생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들불야학 회원들이 만든 유인물도 서점을 통해 배부됐다. 서울의 서점과 출판사에 광주상황을 알리는 창구였다.
항쟁 기간엔 시민 궐기대회를 준비했다. 유인물과 현수막 등 시위 물품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송백회는 검은 리본을 만들어 시민에 나눠줬다. 들불야학의 강학과 학강들도 녹두서점에서 정보를 얻었다. 서점은 80년 6월 폐업했다. 장동로터리 인근 서점 옛터가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 ?기념관 조성사업이 한창인 홍남순 생가. 홍남순 생가는 광주문화방송 옛터와 중앙초등학교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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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에 맞서 '죽음의 행진'에 나선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도 사적이다. 예비검속을 피해 서울로 피신했다가 21일 돌아온 홍 변호사는 수습대책위원회, 재야인사 모임 등에 참석하며 시민과 함께했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하던 합동수사단은 당초 홍남순을 우두머리로 만들려 했다. 연결점을 찾지 못하자, 정동년을 우두머리로 조작했다. 홍남순은 군사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홍남순은 5·18 진상규명 운동에 앞장서고, 시국사건을 무료 변론하며 인권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현재 생가에 홍남순 기념관이 조성되고 있다. 고인은 국립5·18민주묘지에 잠들어 있다.
▲ ?홍남순 변호사의 묘.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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