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경기도 시흥 거북섬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거북섬에 위치한 인공서핑장인 '웨이브파크'를 조성한 것을 자신의 치적이라 언급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공실률 87%의 실패작'이라고 공세를 펼치면서다.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와 국민의힘 의원 일부에 대한 고발을 예고한 가운데, 거북섬 실패의 책임이 이재명 대표에게 있는지, 윤석열 정부에 있는지에 대한 책임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난 데 없이 대선 난타전의 중심에 선 거북섬 인근 상인들의 한숨은 한층 깊어지는 분위기다. 현장 상인들의 고통은 수년 째 이어졌음에도 활성화 대책은 답보되더니, 이젠 정쟁의 아이템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불만2011년유망주
이 가득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프레임 전쟁의 주인공이 되면서 '유령도시'라는 낙인이 찍힐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6일 경기도 시흥 거북섬 인근 상가 모습 ⓒ시사저널 정윤성 


"스타벅스, 테마파무료충전 바다이야기
크 온다더니"
26일 오전 11시쯤?찾은 거북섬은 드넓은 부지와 빼곡하게 들어선 상가 건물들에 비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거북섬의 핵심 시설인 웨이브파크 인근 상권을 30분가량 걸어다녔지만, 작업복 차림의 공사현장 인부들과 관계자를 제외하곤 시민들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이 적다보니 1분 남짓의 정차 신호도 유독 길게 펀드수수료
느껴졌다.
거북섬에서 시민들보다 많이 찾아볼 수 있던 것은 '임대' 스티커였다.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나 가장 선호되는 상가 1층에도 대부분 임대 문의 딱지가 붙어있었다. 2~3층으로 올라가면 아예 한 개 층이 통째로 비어 먼지만 쌓여있는 경우도 많았다. 일부 상가는 승강기 운행마저 멈춰있었다. 웨이브파크 인근 음식점 주인은 "관리비랑 임대체리마스터 다운
료 내면서 버티고 있는 거지 뭐"라고 토로했다.
시흥시에 따르면, 거북섬 내 상가 3253개의 공실률은 올해 1월 기준 87%에 육박했다. 당초 거북섬은 수도권 유일의 도시위락형 해양레저관광거점 도시로, 스페인 휴양명소 '코스타 델 솔'과 같은 휴양지를 목표로 개발됐다. 개발 초기 테마파크, 대관람차, 프렌차이즈 등 각종 호재와 분양 마케YNK코리아 주식
팅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이들 사업이 대부분 좌초돼 방문객과 수요는 부족한 가운데, 상업시설은 과도하게 공급되면서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유명 호텔에 대관람차에 스타벅스에 트램역, 테마파크 등 호재와 소문이 난무했는데 계획대로 된 게 없다"며 "아파트 입주도 시작 안 했는데 상가만 동시다발적으로 지어서 먼저 분양에 들어가는 상황에 부동산 경기는 나빠지니 연쇄적으로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26일 거북섬 웨이브파크 이용객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성


정치 공방 불쏘시개로 떠오른 웨이브파크
이재명 후보가 치적이라고 내세운 웨이브파크는 거북섬에 떠돌던 이 같은 호재가 현실화된 몇 안 되는 사례 중 하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서핑파크를 중심으로 상업 시설, 호텔, 컨벤션 등이 조성되는 만큼 거북섬 개발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실제 이날도 스무 명 남짓의 이용객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는 웨이브파크만이 거북섬 내에서 가장 활기가 도는 공간이었다.
민주당이 웨이브파크와 거북섬의 공실 문제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정식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웨이브파크는 민간 투자 유치와 적극 행정의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한 성과"라며 "거북섬 인근 상가의 공실 문제는 웨이브파크 개장 후 벌어진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의 최근 3년간 유례없는 경기침체 등 구조적 어려움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웨이브파크의 인기가 개발 초기 홍보에 비해 저조한 것 역시 거북섬의 문제를 심화한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A씨는 "세계 최대 서핑장이나 사계절 운영 같은 홍보로 밀어붙이면서 일대가 레저 복합지구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다 보니 분양가가 높아졌다"면서 "하지만 막상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으니 그게 독이 돼 오히려 임대도 안 되고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26일 경기도 시흥 거북섬 인근 상가 모습 ⓒ시사저널 정윤성


반쪽짜리 대응에 지친 상인들
거북섬의 상인들은 활성화 대책 없이 정쟁에 소모되는 것이 불만이라는 반응이다. 한 상인은 "이전까지는 관심도 주지 않다가 선거에 이용되는 것 같아서 언짢은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활성화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푸드트럭 몇 번 온 게 전부였다. 누구 치적이든 살려내는 게 우선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취재를 요청한 상인들 중에선 '유령도시'로 낙인이 찍힐까 응하지 않는 상인들도 많았다.
시흥시는 2023년 3월부터 '거북섬 활성화 전담팀'(TF)을 구성해 침체된 거북섬 관광 문제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거북섬 홍보관과 본다비치 뮤지엄 등을 조성하고, 거북섬 해양축제, 하와이안 페스티벌 등의 행사도 개최했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임차인 유치와 근본적인 관광 활성화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북섬을 둘러싼 공방은 대선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거북섬 진상위원회를 구성해 조성 과정에 비리가 있었는지 파헤치기로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웨이브파크는 쫄딱 망한 것은 물론 함께 있는 거북섬의 상권도 전혀 살아나지 못해서 상권 공실률은 87%에 달한다"며 "이것을 알고도 치적이라 자랑했으면 무능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고,?알고도 자랑했다면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