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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2세이자 동양계 여성으로서 내 글의 주제는 해방의 문제가 될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 중인 한국계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어우빈씨는 인스타그램에서만 1만명의 팔로어를 가진 인플루언서이자 프리랜서 작가다. 그는 1987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은 독일의 주류 매체인 ‘디 차이트 매거진’과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에 육아와 인종적 정체성을 정치·사회 문제와 연관시킨 칼럼을 써서 주목받고 있다. 감각적인 패션으로 무장한 채 당당하게 유아차를 밀고 있는 인스타그램 속 사진은 젊고 새로 경영권 운 엄마상을 상징한다. 매력적인 외모와 ‘힙’한 이미지, 신선한 시각에 팔로어들은 열광적인 댓글을 단다.
독일에선 부부가 되는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동성 커플도 법적 부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씨는 아기의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았다. “결혼 의식 자체가 보수적이고 의례가 너무 거대하고 부르주아적 삶의 방식이기도 해서 예전과 같은 방식의 신한은행 마이너스통장 서류 ‘잔치’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남성을 주 독자층으로 갖고 있는 디 차이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같은 전통적인 신문들도 이제는 먼지 쌓인 아버지상이나 가족이 아니라 새로운 부모상을 찾으려고 한다. 나 역시 매체들이 새롭게 ‘엄마 이야기’를 쓸 만한 필자를 물색하던 중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발탁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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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이라도 자신과의 접점을 잃지 말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든,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는 대로 무엇이든 쓰든, 자신과의 접점을 잃지 말고, 계속 쓰라고 하고 싶다.”
제77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대중 행사가 열린 17일 학자금대출가능한곳 ‘디 차이트’의 부스에서 어씨는 2007년 독일 좌파당 초대 원내대표를 지낸 원로 정치인 그레고어 기지와 대담하는 팟캐스트를 진행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씨는 내년 초 독일의 한 대형 출판사와 책을 내기로 했다. 출판사가 어디인지, 책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비보도 전제’로 들은 이야기는 자못 흥미로웠다. 본등기 그는 한국계 미국 작가 캐시 홍의 ‘마이너 필링스’를 흥미롭게 읽었다고 말했다.
“2023년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 나는 임신하고 있었고, 한국과 유대적인 뿌리를 갖고 태어나는 내 아이가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썼다. 인종주의와 반유대주의 등 사회 문제를 개인적 관점으로 조명하는 글을 써온 셈인데, 다행히 혐오보다 나의 주장에 동조해 주고 격려해 주는 독자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점점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어씨는 독일의 진보와 대안문화 산실인 크로이츠베르크에서 나고 자랐다. 그의 어머니 서의옥 한민족유럽연대 대표는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독일에 왔다가 대체의학 자연치료사로 일하면서 통일운동가, 사회운동가로 열정적인 활동을 해왔다. 서씨는 언니들이 결혼한 뒤 노예처럼 사는 삶을 보고 독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독일에 도착한 뒤 동아투위 해직 기자 출신이 만든 신문을 읽고 박정희 군부독재와 억압에 눈을 떴으며, 페미니즘을 알게 됐다. 이후 1978년 동일방직 여성노동자와 연대하고 1980년 광주 항쟁을 베를린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머니는 요양사로 일하면서 우리 형제들을 키웠다. 재정적으론 어려웠지만 진보적인 아이디어 속에서 우리를 키웠다. 유기농 음식을 먹였고, 진보적인 학교에 보내 교육시켰다. 우리는 ‘삐삐 롱스타킹’을 탄생시킨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을 읽으며 독립적인 여성, 생태주의의 생각을 갖고 자랐다.”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머니의 의지 덕분에 “문화적 특혜”를 누렸다고도 말한다.
“나는 부모 노릇을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테마로 다루는 글을 쓰고 있는데, 사실은 이 또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는 내가 이런 ‘진보의 거품’ 속에서 성장한 것을 기억하고, ‘진보의 거품’ 속에 가려진 위태로운(precarious) 사람들의 삶과 상황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늘 생각한다.”
팟캐스트 진행자와 칼럼니스트로서 그는 디지털 매체와 종이 매체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레거시 미디어의 “언어 코르셋”이 답답할 때가 있다고도 했다.
“권위 있는 신문의 경우 영어 표현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젠더 문제 또한 경직돼 있다. 독일어 단어에는 남성형과 여성형 단어가 있는데 얼마 전부터 사람들은 성평등적인 언어 사용을 위해 단어 중간에 성중립적 표현을 만들 수 있는 별표를 찍곤 한다. 하지만 이 새로운 문법을 레거시 미디어의 데스크들은 싫어한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소셜미디어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해 온 그는 “소셜미디어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나 같은 이주민들에게는 소셜미디어가 작가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준 측면이 있다”며 미디어의 변화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했다.
“내가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늘 한겨레신문이 놓여 있었다. (웃음) 이제는 60살 이상인 사람도 종이가 아니라 태블릿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독일의 레거시 미디어도 점점 많은 팟캐스트를 제공하고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로의 변화, 전환이 이뤄진 상태다.”
그는 종이 신문이나 잡지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습관이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소셜미디어는 더 민주적이고 저항감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매체로서의 기능이 있다고 했다. 또 한국에서 자신처럼 활동하고 싶은 여성 독자에게도 연대의 메시지와 조언을 전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고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보듯 엄마가 된 뒤에는 자신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어떤 상황이라도 자신과의 접점을 잃지 말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든, 아침에 일어나서 눈 뜨는 대로 무엇이든 쓰든, 자신과의 접점을 잃지 말고, 계속 쓰라고 하고 싶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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