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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원화 중 하나. 박건웅 작가는 이 그림책의 원화로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박건웅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10/31/sisain/20251031060149591rcnf.jpg" data-org-width="1280" dm원금보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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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월 1994-2014>의 원화 중 하나. 박건웅 작가는 이 그림책의 원화로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박건웅 제공
〈세월 1994-2014〉는 문은아 작가가 글을 썼고, 박건웅씨가 그림을 맡았다. 세월호를 주인공으로 삼은 그림책. 점모바일릴게임 접속하기
묘화법으로 그렸다.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기억이라는 뜻을 담고 싶었고, 뚜렷하지 않고 경계가 흐릿하게 보이는 이미지 연출을 하고 싶어 한 점 한 점 찍으면서 그림을 그렸다.” 박건웅 작가는 수상 이유를 듣고 고마워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큰 비극을 어린이 그림책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비극적 사건조차 사려 깊고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아온라인야마토
이들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박건웅 작가는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91년 대학에 들어갔고, ‘훌륭한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신입생 시절, 한 선배의 손에 이끌려 명지대로 ‘데모’를 하러 갔다. 시위 이후에 뒤풀이 자리에서 한 명지대 신입생 옆에 앉았다. 얼마 후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받았는데, 그때 그 학생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시위 도중 경찰의 폭력에 숨진 91학번 강경대였다. “둥글둥글한 인상의 그 사진을 보고 소름 돋을 정도로 놀랐다. 죽음이 내 삶의 공간으로 확 들어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해 5월, 시위에 참여했다.
10월13일 부천 작업실에서 만난 박건웅 작가. ⓒ시사IN 박미소
역사와 사회에 관심이 많은 미술학도. 그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숨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어떤 예술 형식이 적합할까 궁리했다. 그림 연작, 애니메이션, 영화를 해볼까도 했다. 영화 스태프로 일해봤는데, “현장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즈음, 유대계 미국인 작가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발견했다. 유대인을 쥐로, 나치를 고양이로 묘사한 그래픽노블이었다. ‘내가 시작해 내가 끝낼 수 있는 작업’ 만화를 선택했다. ‘벽화 인테리어’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벌고 만화를 그렸다. 독학으로 만화를 익혔다. 감옥에 갇힌 비전향 장기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2년에 나온 〈꽃〉이다. 총 1150쪽, 전 4권이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6년이 걸린 〈꽃〉에 작가는 아쉬움을 느꼈다. “분단과 냉전, 그 안의 비극과 슬픔. 이런 관념적 언어로 캐릭터를 구상해 역사의 실체감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던 중, ‘미군의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기사를 읽었다. 무작정 충북 영동 노근리 쌍굴다리 현장을 찾아갔다. 대책위에 연락해 증언 자료를 받았다. 실화소설을 바탕으로 ‘노근리 이야기 1·2부’를 그렸다. 이후 역사적 사실과 증언을 기반으로 한 만화 작업을 이어갔다.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의 삶을 다룬 〈어느 혁명가의 삶 1920-2010〉, 김근태 고문 사건을 그린 〈짐승의 시간〉, 독립운동가 가족 이야기 〈제시이야기〉, 인혁당 사형수 8인의 삶을 담은 〈그해 봄〉 등. 꽤 묵직한 분량의 만화 작품을 펴냈다. ‘다큐멘터리 만화’라는 호칭을 얻었다. 국내외의 호평을 받았다. 오늘의우리만화상, 부천만화대상 대상 등을 받았고, 그의 일곱 작품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브라질·일본에서 번역·출간되었다.
박건웅 작가는 최근 첫 에세이 〈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동안 주로 흑백 만화 작업을 해온 이유를 밝혔다. ‘무슨 철학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흑백으로 작업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제작비 때문이다. 작품마다 600쪽이 넘어갔는데, 전부 컬러로 인쇄를 하면 제작비가 도무지 감당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뛰었다. 그에 비해 흑백으로 작업하면 출판사의 부담을 확실히 덜 수 있었다(책에서 인용).’
한지와 먹으로 그린 이유
흑백 만화 작업을 하면서 작품마다 기법을 달리했다. ‘노근리 이야기’를 그릴 때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루어서 한국적 재료로 제작하고 싶었다. 한지와 먹을 썼다. 피난길, 한복에 땀이 스며드는 모습처럼 먹이 번지는 효과를 내고 싶었다. 한지를 구긴 후에 펴서 먹으로 붓질을 하며 그렸다. 쌍굴다리의 거친 콘크리트 질감을 연출했다. 내면의 상처를 표현하고 싶을 때는, 얇은 선을 사용했다. 어떤 작품에는 둥글둥글한 어린이풍 만화체를 담았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해 다양한 표현 기법을 배운 게 도움이 되었다.
2023년 〈황금동 사람들〉부터는 역사적 사실·증언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여기에 이야기성을 더했다. 한국전쟁기 금정굴 학살 사건을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간다. 올해 6월 출간한 〈낙원〉은 우주에서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나선 부모들의 여정을 담았다. SF 장편 그래픽노블인데, 작가는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꽤 오래 역사적 사실과 증언을 토대로 만화 작업을 하면서, 역사라는 큰 무게감에 상상력이 제약되는 것을 가끔 느꼈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야 하지만, 역사가에게 요구되는 것과 만화가에게 요구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요즘은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박건웅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사건과 인물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그려왔다. 그의 작품을 배경 시대순으로 배열했다. ⓒ박건웅 제공
박건웅 작가는 만화·그림책뿐만 아니라 회화 작업으로 발을 넓히려?한다. 이야기를 압축해 한 폭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는 “그래픽노블이든, 그림책이든, 회화든 결국은 그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결국 인간이다. 현대사의 광풍에 개인이 휘말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나약한 인간의 이중성을 볼 수도 있지만 그 광풍을 견뎌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의 증언과 힘과 의지. 결국 인간이 무엇인가를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그의 책에서 현대사의 상처를 가진 이들은 꿈에서 그리운 가족을 만난다. 상처 입은 자들의 꿈이다. 박건웅 작가는 〈나는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 마지막 글에서 “나는 앞으로도 꿈꾸는 자들의 긴 그림자가 되어 오늘을 기록해나갈 것이다”라고 썼다. 다음 작품 목록에 4·3, 5·18, 징용 등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부천 작업실에서 작업 중인 박건웅 작가. ⓒ시사IN 박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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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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