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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에는 문을 닫은 업체가 즐비했다. 골목 중간중간 위치한 카페에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과 달리 철 깎는 소리는 이어지지 못하고 자주 끊겼다. 한 작업자는 조용한 공장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 외벽에는 '작업자들의 초상권을 존중해주세요'라는 팻말이 붙었다. 골목 방문객들이 인증샷을 남기면서 철공소 직원들까지 찍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철재 열기를 식히려 물을 뿌리던 60대 A씨는 "임대료만 달에 500만원"유신사
이라며 "주변으로 카페랑 술집이 들어와 인기가 많아지니까 임대료가 올랐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 125만원씩 냈는데 버틸 수가 없다. 일감이 줄어드니 부도 난 곳도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철은 문래동을 지난다'는 말이 무색하게 철공소 소상공인들이 문래동을 떠나고 있다. 1960년대 형성된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청계천 철공소들이 15tv
넘어오면서 국내 최대 철공단지로 부상했다. 금형, 열처리 등 거의 모든 기초 공정이 가능해 '설계도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던 장소였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철강 산업이 쇠퇴기로 진입하면서 문래동 철공소 골목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문래동에서 30년 일했다는 김모씨는 "경기 시화공단과 인천 남동공단으로 다 빠져나가고ELW용어
남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체감상 60% 이상 (상권이) 죽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예전엔 트럭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빨리 비키라고 싸움도 났다"며 "도로는 좁고 트럭은 계속 들어와야 하니 공장끼리 자리싸움이 장난 아니었다"고 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S&TC 주식
자.
문래동이 변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부터다. 임대료가 낮은 폐업 공장을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예술인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철공소와 작업실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형성돼 청년들의 방문이 늘었다. 곳곳에 이들을 겨냥한 카페, 음식점, 술집 등이 생기면서 상권이 형성됐다. 문래동이 상승추세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뜨자 임대료가 크게 뛰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문래동 철공소의 90% 이상은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 임차 공장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여파로 임대료가 오르자 문을 닫거나 문래동을 떠나는 철공소가 늘어나고 있다.
자재를 옮기던 60대 작업자 B씨는 "홍대에 많던 젊은이들이 문래동으로 오면서 임대료가 오른 것"이라며 "임대료가 오르니 문래동을 떠나고 철집이 하나씩 없어지니 일감도 많이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B씨는 "누가 이걸 배우려 하겠나. 없어질 일만 남았다"고 했다.
지난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에 문을 열지 않은 철공소가 있다. 맞은편에 술집과 카페가 늘어선 모습. /사진=오석진 기자.
2023년 영등포구는 문래동 철공소 집적지역을 옮기겠다는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엔 문래동 철공소 1200여곳을 수도권 그린벨트로 이전하는 사업과 관련한 용역을 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이전 사업을 협의 중이다. 구청 관계자는 "아무래도 큰 작업이니 부지 넓이·임대료·지역 등을 두고 세부적인 논의에 시간이 걸린다"며 "1곳을 정해두고 추진하는 게 아니라 용역에서 추천해준 곳을 위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김포·시흥·안산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철공소 여론조사에서 700곳 이상이 이전을 찬성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철공소 사장은 "통으로 옮겨 환경을 개선한다는 건 좋다"면서도 "이전한다고 해서 벽에 페인트나 시멘트도 안 바르고 있는데 도대체 언제 진행될 지 모르겠다. 나이 든 사람들 더 늙으면 옮겨도 큰 소용이 없을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그는 "복잡하고 많은 기계를 어떻게 들어내겠다는 건지, 옮기는 것만 한 세월일 것"이라며 "하루하루 걱정만 늘어간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 /사진=오석진 기자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