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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수 진영이 왕위 계승자를 여성으로 넓히는 문제를 두고 양쪽으로 갈라섰다. 보수 성향 언론끼리 상대 기사를 반박하는 이례적 '내전'까지 발발했다.
판매 부수가 가장 많은 일본의 대표 보수지 요미우리신문은 "안정적인 왕위 계승을 위해 왕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오오시마 다다모리 전 중의원 의장의 인터뷰 기사를 20일 보도했다. 부계 남성(왕실 남성이 낳은 남자)으로 한정한 왕위 계승 자격을 여성·모계로 넓히자며 '여성 일왕'에 사실상 찬성 입장을 개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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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은 앞서 15일에도 왕족·왕실 관련 규정을 담은 '황실 전범' 개정을 촉구하는 제언 기사를 1면 톱기사를 포함해 4개 지면을 할애해 다뤘다. 왕족 존속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황실 전범 제1조 '부계 남자가 왕위를 계승한다'는 규정을 손보자는 것이다. 보수 진영이 금기시해 온 '여성 일왕'을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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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신문 산케이는 사설을 통해 요미우리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신문은 '요미우리 제언 분단을 초래, 여성 계승은 금물'이라는 제목의 19일 사설에서 "왕위 계승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자 계승이며, 왕족이 아닌 권력자에 의한 왕위 찬탈을 막아온 원칙"이라며 "일왕의 정통성이 훼손되며 왕족의 토대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타 언론을 직접 거명하며 바다이야기 pc용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는 일본 언론 풍토에선 매우 드문 일로 평가된다. 일본 보수 진영 내 찬반 갈등이 그만큼 격렬하다는 방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나루히토 일왕의 자녀 아이코 공주가 지난달 22일 도쿄 아사카사 고쿄(황거) 정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미소 짓고바다이야기주소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보수 진영은 여성 일왕 탄생이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오랜 기간 외면해왔다. 국민 70% 이상이 여성 일왕을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수없이 나왔지만, 126대에 걸쳐 이어온 왕실의 전통을 무너트릴 수 없다고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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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 일부에서 여성 일왕론이 제기된 건 일왕의 대가 끊길 수 있는 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황실 전범 규정대로라면 차기 일왕 후보는 현 나루히토(65) 일왕보다 다섯 살 아래인 동생 후미히토(60) 왕세자와 삼촌 마사히토(90) 친왕, 조카 히사히토(19) 왕자 등 고작 세 명뿐이다. 후미히토 왕세자와 마사히토 친왕 모두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는 건 히사히토 왕자가 유일하다.
나루히토 일왕의 자녀는 외동딸인 아이코(22) 공주밖에 없다. 히사히토 왕자가 왕위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히사히토 왕자의 뒤를 이을 일왕 후보는 사라지는 셈이 된다. 국회는 왕위 계승 문제를 미룰 수 없다며 이달 안에 왕족 수 확보 대책을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법제국 장관을 지낸 사카타 마사히로 변호사는 아사히신문에 "전통도 중요하지만 일왕은 나라의 상징"이라며 "현재 많은 국민의 가치관에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