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각) 바티칸에서 열린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서 대중에게 첫인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새로운 교황이 선출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났다. 오늘은 노래를 들어가며 두서없이 편안하게 교황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시카고’라는 도시로 시작하자.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는 시카고 출신이다. 특히 그가 야구팬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황 선출 직후 시카고를 연고로 한 메이저리그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부분 메이저리그 팀은 한 연고지를 독점하는데, 뉴욕·로스앤젤레스(LA)·시카고 세 도시만 특별히 두 팀씩을 거느리고 있다. 뉴욕은 양키스와 메츠, 엘에이는 오락실게임
다저스와 에인절스, 시카고는 컵스와 화이트삭스다. 시카고의 두 팀 모두(팬들까지 나서서) 레오 14세가 자기네 팬이라고 우겼는데, 친형의 인터뷰로 승부가 가려졌다.
“제 동생은 한번도 컵스를 응원한 적 없습니다.”
화이트삭스 구단 쪽에서는 쾌재를 불렀고 교황청에 레오 14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보냈다. 장담컨무료야마토릴게임
대, 그 선물을 받은 교황은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만큼 좋아했을 거다. 야구팬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 아쉽게도 화이트삭스는 30개 메이저리그 구단 중 최하위 성적으로 역사상 최악의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황의 기도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하기를, 선두를 달리는 다저스 팬으로 기원한다.
오늘 큐시트 첫 곡은 뮤지컬 ‘시카고’ 중에서 증권사계좌개설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불륜과 살인을 소재로 하고 무대 위에서 반라의 무희들이 뒤엉키는 더없이 속된 내용이라 교황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하기엔 민망한 기분도 드는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뮤지컬이니 괜찮을 것 같다. 오늘은 캐서린 제타존스의 영화 버전으로 골라보았다. 직접 무대에서 봤던 인순이 버전이나 최정원, 정선아 등등 우리 배우가주식투자강연회
연기한 벨마(여주인공)도 좋았지만, 내가 꼽는 최고의 벨마는 캐서린 제타존스다. 심지어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https://youtu.be/ANjL7iREbhE?si=dl5_McjdizipmD_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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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 위키미디어 코먼스


교황이 늘 평화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다. 종교의 해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십자군 전쟁을 촉발시킨 장본인도 교황이었다. 권력을 과시하며 수백년 동안 유럽의 왕들과 힘을 겨루기도 했다. 왕권이 충분히 강화되기 전에는 교황보다 한참 아래인 대주교조차 국왕에게 맞섰던 예가 있다. 영국의 토머스 베켓은 국왕 헨리 2세의 친구이자 부하였으나 캔터베리 대주교로 임명된 뒤 갑자기 돌변해 왕과 대립했다. 진노한 왕은 결국 부하들에게 역정을 냈고 기사들이 무기를 들고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쳐들어가 베켓을 대성당 기둥에 매달아 죽였다. 1170년의 일이다.
교황은 베켓의 죽음을 순교로 받아들여 그를 성인으로 추대했다. 베켓의 유해를 안치한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그곳을 순례하고 불치병이 나았다는 식의 증언까지 쏟아지면서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캔터베리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순례자가 찾는 곳이 되었다. 최초로 인쇄된 영문학 작품인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가 바로 그 순례길을 소재로 삼고 있다.
스팅의 걸작 앨범 ‘텐 서머너스 테일스’(Ten Summoner’s Tales·소환사의 열가지 이야기)는 이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테마를 가져왔다. 캔터베리 이야기에는 서른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중 한명이 소환사다. 스팅이 하필 소환사를 고른 이유는 그의 본명 ‘고든 매슈 토머스 섬너’(Gordon Matthew Thomas Sumner)에서 성씨인 ‘섬너’가 ‘소환사’(Summoner)라는 직업명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 중 영화 ‘레옹’에 삽입되기도 했던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도 이 앨범에 있다. 오늘은 ‘필즈 오브 골드’(Fields of Gold)를 들어보자.
https://youtu.be/KLVq0IAzh1A?si=HOfoJjul_iIoEvp5
레오 14세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파로 알려져 있다. 다만,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이고 보수적이다.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인 2012년에는 ‘복음과 상충하는 동성애적 생활 방식’에 우호적인 논조를 가진 언론에 대해 대놓고 실망감을 표명한 적도 있다. 천주교의 교리가 그렇다는 건 알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성소수자들을 부인하고 배척하는 태도는 ‘인 일로 우노 우눔’(In illo uno unum,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이라는 그의 사목 표어에도 모순되지 않나?
어쩌면 불경스러운 노래를 마지막으로 골라본다. 제목은 신심 가득한데 내용은 교황청에서 기겁할 이 노래 뮤직비디오가 10억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30만개 가까운 묵직한 댓글이 달린 이유가 분명히 있다. 레오 14세가 부디 권위와 전통을 내려놓고 가능한 한 많은 인류를 감싸주는 교황이 되셨으면 좋겠다. 호지어(Hozier)의 전율 넘치는 명곡 ‘테이크 미 투 처치’(Take Me to Church)로 오늘의 큐시트를 마감한다.
https://youtu.be/PVjiKRfKpPI?si=9wBaQJzd96IuY-nN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