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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5-25
조회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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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미는 게 저한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머리를 안 감는 게 좋았거든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대걸레 빠는모바일야마토
수도에 머리를 넣어 감고 나서 수건도 필요 없이 머리를 탁탁탁, 세 번 털면 깔끔해져요. 좀 더 많이 자도 되니까 그게 편했어요.”
4월13일 부산대 근처에서 만난 김가인씨는 유튜브 ‘예랑가랑’ 운영자 중 한 명이다. ⓒ시사IN 조남진
동영상황금성
헤어스타일만 튀었지 “조용한 아이”였다는 그는 1995년생 김가인이다. 남의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 내 좋음, 내 욕망, 내 편의에 집중하는 재능이 남달랐다. 미술 시간에 자화상 그리기에서 선생님으로부터 ‘부정적으로 닮게 잘 그렸다’는 칭찬을 받았다. 고2 말 즈음 미대 입시학원을 찾아갔다. 릴게임설치
그곳에서 훗날 인생 친구이자 업무 파트너가 될 동갑내기 방예린과 마주쳤다. 처음엔 데면데면했다. 교복 치마를 입었음에도 빡빡머리를 한 걸 보니 ‘쟤는 남자’라고 예린은 생각했고, 화장을 하고 다니는 걸 보니 ‘쟤는 일진’이라고 가인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인이 먼저 부산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에 입학W상호저축은행
했다. 개강 날 교수님이 애니과에는 이상한 애들만 들어온다고 말했을 때 빡빡이 새내기는 “난가? 했는데 나였다.” 2년이 흘러 같은 대학 같은 과에 합격한 예린이와 수업을 듣기 위해 일부러 휴학했던 가인도 복학했다. 두 사람의 준비된 결합은 뜻밖에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어느 날 가인이 특이하게 말하는 교수의 성대모사를 노래로 불러주자 예린은 웃음을 참지 못릴게임백경
한 채 영상을 찍었고 트위터에 올렸다. 소위 대박이 났다. ‘발표를 하지 않은 방예린 학생’이란 제목을 단 이 데뷔 영상은 명작으로 남았다(4월 말 현재 유튜브 영상 조회수 787만 회).
유튜브 ‘예랑가랑’ 채널의 첫 영상 ‘발표를 하지 않은 방예린 학생’에 등장하는 김가인씨.
“예린이가 예전 영상을 다시 보려면 트위터에선 찾기 힘들어 자기 유튜브 계정에 모아서 올려놨대요. ‘그래, 잘했다.’ 그러고 끝이었죠. 근데 사람들이 다음 영상도 보고 싶다고 한다며 ‘가인아, 브이로그 찍어보자. 사람들이 원한다’ 해서 그게 도대체 뭔데? 하니까 일상을 담으면 된대요. 일상을 왜? 재미도 없는데?”
빵빵 터지는 순도 100% 즉흥 상황극
가인은 얼떨떨했다. 하지만 재미를 독점하기 아까웠던 예린은 주장했다. 1가정 1가인이 보급이 시급하다! 이후 평소대로 놀고 과제하고 게임하는 걸 찍어 편집해서 올렸더니 한 달 만에 구독자가 10만명에 달했다. 유튜브에서 돈을 주는 것도 몰랐던 생초보들은 10만명 돌파 기념으로 수익 신청을 해보았다. 첫 달 수입이 3만원. 영상에 출연했던 애니과 친구들과 치킨 파티로 썼다. 본격적인 2인 체제에 맞추어 새 이름도 지었다. ‘노빠꾸 마이웨이 가인과 게임중독 맥시멀리스트 예린이 같이 사는 일상’을 담은 게임 실황, 영화 3분 요약, 여행 브이로그 채널 ‘예랑가랑’의 시대가 열렸다.
유튜버는 예정에 없던 직업이었다. 가인은 미대 졸업 이후 개인 작업을 하거나 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를 노려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예린이 자취방에서 〈슈퍼버니맨〉 게임을 하는데 너무 재밌었다. 말은 안 해도 당연히 같이 살 집을 알아보고, 집을 얻어서 새로 방송할 수 있는 곳도 꾸미다 보니까 또 그 자체도 재미있었다.” 재미에 등 떠밀려 2020년부터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위기는 머지않아 왔다.
“(유튜브) 수익이 3분의 1로 팍 줄었어요. 아무래도 졸업 후에는 학교 브이로그의 날것 감성이 안 나서 그런 거 같아요.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까. 평소에 콘텐츠를 짜거나 하지 않았거든요. 이거 어때? 재밌겠다! 그거 찍을래, 생각 없이 꾸준히 계속하니까 다시 올라가더라고요. 유튜버는 그냥 대박이 나올 때까지 쭉 하면서 그중 하나 걸리겠지 라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인기 동영상 중 ‘애니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각자의 슬픈 추억이 있어요’ 편이 있다. 가인은 대학 시절 술자리의 추억을 꺼낸다. 시간이 늦어져 가인과 친구가 먼저 일어나려고 하자 선배가 눈총을 주며 말한다. “너네 술 취해서 바닥을 기기 전까지 못 가!” 발목 잡힌 가인은 하는 수 없이 명령을 따른다. 냅다 바닥에 엎드려 네 발로 세 바퀴를 긴다. 그리고 유유히 퇴장한다. 이때 상황을 가인은 극사실주의 연기로 재현한다. 댓글은 웃음의 행렬로 채워진다. 〈벼랑 위의 포뇨〉 〈랑종〉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영화 3분 요약’ 시리즈에서도 가인의 ‘찐 광기’가 빛을 발한다. 예린과 펼치는 상황극은 순도 100% 즉흥이다. 둘 다 연기를 배운 적이 없고, 가인에겐 사람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유튜브 ‘예랑가랑’ 채널의 대문 화면.
“초딩이나 대딩 때 텔레비전을 본 기억이 오래가요. 등교 직전에 아침 드라마에 나오는 노란색 장판과 주황 불빛, 체리색 몰딩의 화면, 거기서 했던 불륜이나 막장 내용. 대학 때는 등하굣길에 귀가 답답한 게 싫어서 이어폰을 안 꼈어요. 멍 때리다 보면 사람 소리가 들려요. 진상 아줌마 아저씨들이나 시장 쪽에서 할아버지가 싸우고 있다든지. 나중에 예린이랑 상황극 할 때 그런 기억이 확 떠올라서 하게 돼요. 대본이 없다고 하면 놀라더라고요.”
최근엔 예린이 수영장 텃세를 경험한 이야기가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랐다. ‘신규 회원 잡도리에 삥까지 뜯는 수영장 텃세ㅋㅋ’는 순식간에 100만 뷰를 넘었다. 이 영상의 영향으로 ‘우리 동네 수영장에도 텃세 금지 공고문 떴다’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을 정도다. ‘예랑가랑’은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일상의 부조리나 즐거운 순간을 직관적으로 포착해 독특한 위안과 활기를 제공한다. 웃게 하고 분노하게 하여 고립감 퇴치에도 기여한다. “외로운 취준 생활에 유일한 낙이에요.” “요즘따라 넘 지치고 힘들어서 눈물만 또르르 흘리고 허송세월 보내는데도 예랑가랑 보려고 꾸역꾸역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데(···)” 등 약 1000개의 동영상에 달린?소감과 사연은 MZ 세대?비망록이 되었다. 실은 ‘예랑가랑’의 ‘가’를 맡고 있는 가인조차도 쓸쓸한 날엔 영상을 켠다.
“저도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반려묘 점프와 병철이가 있지만 예린이가 어디 가서 오래 혼자 있으면 적적하거든요. 그럴 때 저희 영상을 틀어서 소리 채워놓고 다른 일을 하면 누가 있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다’를 차단하죠.”
김가인은 절약왕으로 통한다. 유튜브를 찍을 때 착장은 언제나 귀여운 머리띠에 주로 목이 늘어난 티셔츠다. 일부러 낡은 옷만 입는 건 아니고 “원래 새옷이었는데 헌옷이 된 거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긴 고등학교 때부터 옷을 최대한 사지 않는다. 교복과 체육복만 입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쭉 그랬다. 스승의날에 모교에 갔을 때 선생님이 아직도 체육복 입고 다니냐고 놀라며, 남는 체육복을 챙겨주셔서 그걸 계속 입고 다녔다. 그 밖에도 트리트먼트 쓰지 않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비닐류 안 쓰기 등을 실천한다. 또 하나의 소신은 기부하기. 뉴스에서 연예인 기부 소식을 보며 꿈을 키웠다. 나도 서른이 되면 기부하리라.
“평소 몇 군데 단체에 후원해요. 장애인, 장애 아동, 청소년, 독거노인, 환경, 군 인권, 성폭력··· 분야별로 추렸는데 의료가 없는 거예요. 산재사고로 사람들이 많이 죽잖아요. 뉴스를 볼 때마다 답답했는데 녹색병원이 눈에 들어왔고 마침 만기가 된 적금 1000만원을 기부했어요. 나중에 안내문을 보니까 1억원을 기부하게 되면 평생 건강검진이 무료, 주차비도 무료, 독감 접종도 무료. 그래서 그거 보고 내가 부자라면 1억원 했을 텐데 약간 슬펐어요. 내가 100만 유튜버였다면(웃음).”
유튜브 ‘예랑가랑’을 운영하는 김가인씨(왼쪽)와 방예린씨. 두 사람은 10년째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김가인 제공
ⓒ김가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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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빻은 말을 하지 않는 윤리 감각”
가인은 네이버 팬카페 ‘예랑가랑너랑’에 기부 사실을 알렸다. 그걸 본 예린이 와서 “이 여자가 아주 큰일을 했다”라며 엉덩이를 몇 번 두드리고 갔다. 팬카페 회원들은 “본인은 짠순이 절약왕이면서 기부는 통 크게 하는 진정한 상여자 힘내맨”이라고 감탄하며 기부 릴레이에 동참하고, 예린도 참여했다. 영남 지역에 산불이 났을 땐 ‘예랑가랑’ 이름으로 500만원을 기부했다.
이렇게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두 사람은 10년째 우정의 금자탑을 쌓아가는 중이다. ‘연인 아니고 친구입니다’라고 유튜브 계정 소개글에 밝혀두었는데도 레즈비언 커플로 곧잘 오해받는다. 사랑만큼 우정도 복잡한 감정이므로 친구 관계라고 해서 더 쉬운 건 없다. 그럼에도 동업자이자 동거인으로 겹겹의 인연을 오래 가꿔가는 비결은 “서로 사생활에 터치를 안 하고 서로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싸운 적은 진짜 없어요. 내 말이 맞다 언쟁이 세지는 정도죠. 예린이한테 서운할 때는 티를 내요. 엉덩이를 일부러 더 세게 찌르거나 때리거나, 예린이가 문 닫고 뭐 하고 있으면 일부러 방문 열고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나온다든지 침대에 다이빙해서 갑자기 한숨을 크게 쉬고 있으면 ‘왜 뭔데?’ 하고, ‘됐어···’ 하고 나오면 예린이가 눈치를 채죠. 그럼 얘기해요. 오늘 나랑 이거 먹을 거야? ‘뭔데?’ 서로 맛있는 거 먹으면서 폰 봐요(웃음).”
아울러 둘의 공존은 적절한 의존으로 가능하다. 예린은 가인에게 살림을 의존한다. 가인은 예린에게 딱 두 가지만 당부했다. 거실 책상 위는 깔끔하게 정리할 것, 음식물을 알아서 처리할 것. 가인은 예린에게 방송 리드를 의존한다. 구독자 38만명을 보유한 ‘예랑가랑’의 청정한 채팅창 관리는 물론이고 “개인 방송을 할 때 어그로가 와도 예린이가 매니저로 와서 썰고 ‘꺼지세요’라며 정리한다.” 댓글이나 실시간 채팅에는 좋은 글과 응원하는 글만큼이나 악플과 비난하는 글도 많은데, 가인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슬프게도 후자다.
“저는 평소 상상을 많이 하는데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상상해서 사서 걱정을 해요. 그중 하나가 ‘혹시나 뇌에 기억된 안 좋은 단어들이 컨디션이 안 좋은 날 실수로 흘러나오지는 않을까?’예요. 그래서 즐겨 보는 인스타 릴스도 댓글창은 거의 안 열어요. 커뮤니티를 하다 보면 다들 쓰니까 재미있는 밈이구나 싶어 썼는데, 숨은 뜻이 안 좋은 경우일 수도 있거든요. 혹시 모를 나쁜 단어들에서 제 뇌를 아예 차단시키려고 커뮤니티를 하지 않죠. 뇌는 안 좋은 기억을 더 오래 저장하니까요.”
가인이 생각할 때 유튜버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빻은 말”을 하지 않는 윤리 감각이 중요하다. 일상을 꾸밈없이 담아내는 채널이므로 방송에서도 그냥 평소처럼 한다지만, 그가 말하는 ‘그냥’과 ‘평소’는 직업인으로서 세심한 자기통제와 관리 그리고 든든한 조력자 예린과의 협업에 따른 결과다.
인터뷰를 마친 김가인씨가 인터뷰가 진행된 스튜디오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모처럼 정장을 입은 날이었다. ⓒ시사IN 조남진
“여러분은 ‘예랑가랑’을 어떤 유튜버로 소개하시나요?” “시끄러운 부산 여자 둘이요.” 팬카페에 올라온 글대로 두 사람은 찰진 사투리를 구사하는 부산 토박이다. 친구들이 거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났지만 가인이 만약 뜬다면 거점은 서울이 아니라 대전일 것이다. “성심당이 있는 도시니까.” 요리 과정이 귀찮아서 최대한 안 먹고 잘 살기가 목표인 가인은 과일과 샐러드를 즐겨 먹고 특히 성심당 빵을 좋아한다. 예린과 부산대 앞에 크레페나 장봉뵈르를 먹으러 가면 가게의 모든 이들이 알아본다. 한번은 사장님이 말을 걸었다. ‘유튜버 맞으시죠?’
“원래는 코로나19 시즌에 그 가게가 문을 닫으려고 했대요. 몸도 안 좋고 장사도 안돼서. 근데 저희가 오고 나서 사람이 계속 왔대요. 서울에서도 예랑가랑 보고 왔다고 하고. 그래서 가게 닫지 말고 해볼까 했다는 거예요. 저희가 그 집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우리가 맛집을 살렸다(웃음).” 좋은 곳을 찾아가기보다 사는 곳을 좋게 만드는 사람. 모처럼 정장을 빼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온 ‘지구 시민’ 가인은 킥보드를 타고 집으로 사라졌다.
[캠페인] 전태일의료센터, 여러분의 이름으로 채워주세요
아픈 몸 너머 사회를 치료하는 이 병원의 이름은 ‘전태일’입니다.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안전 문제가 꼭 숨겨져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덜 아프고 덜 다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사회와 함께 행동하는 병원을 만듭니다. 전태일의료센터는 2027년 건립을 목표로 시민들의 건립기금 참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참여 문의: taeilhospital.org).
은유 (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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