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북부 니가타현에 사는 한 커플은 지난해 10월 지역의 한 민간 예식장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66㎡ 크기의 아담한 예식장에 신랑·신부 부모와 형제 등 양가 친인척들이 모였다. 화동(花童)은 어린 조카들이 맡았고, 하객 답례품은 신부가 일일이 쓴 편지로 대신했다. 이날 예식장이 청구한 비용은 7만7000엔(약 74만원). 지난해 기준 일본 평균 예식 비용(약 343만9000엔·3300만원)의 2% 정도에 불과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예식 개인채무통합 비용이 부담돼 결혼을 주저하는 커플들에게 상대적으로 싼값에 예식장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작을 경우 20여 명이 참석하는 소규모 예식장으로, 우리 돈으로 100만원 안팎이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오는 6월 7일 오픈을 앞둔 미야자키현의 한 예식장은 부가세 포함 3만8500엔(약 37만원)에 식을 올릴 수 있는 선(先)예약 이벤트를 진행 중이 주소제공 다. 업체들은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서비스 중 별도 스튜디오 촬영을 제외한 드레스·메이크업을 제공한다. 식장 내 기념 촬영은 기본 예식 구성에 포함되고, 스튜디오 촬영을 원하면 사진 200장 기준 7만엔(약 67만원) 정도의 추가 요금이 붙는 식이다. 하객 식사는 제공하지 않지만 희망하면 인근 식당에서 출장 요리를 대출모집인제도 부를 수 있다. 이런 확산의 배경엔 장기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 수 감소에 더해 코로나를 기점으로 전국 예식장 업계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연간 혼인 건수는 2000년대 초반 약 120만건에서 2023년 48만건으로 3분의 1가량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약 50만건으로 소폭 올랐으나 주 결혼 층인 20대 인구 금리인하 영향 가 10년 넘게 감소하고 있어 예식 업체들의 경영난은 심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물가 상승까지 겹쳐 결혼식에 큰돈을 쓰기 부담스러워하는 커플이 늘자, 예식 업체들이 너도나도 ‘저가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다. 전국 20여 예식장을 운영하는 업체 ‘렉’은 최근 7만엔대에 식을 올리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일본 매체 아베마타임스가 지난달 유급휴가수당 29일 보도했다. 렉 관계자는 “나이 문제나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저렴한 결혼식을 고안했다”며 “한 쌍이라도 더 많은 커플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결혼식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도쿄 미나토구 도심에 있는 예식장 ‘오다이바 채플’도 평일 기준 7만7000엔에 식을 올릴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매체 닛테레뉴스는 “코로나로 예식을 미뤄온 부부나 ‘일본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외국인 커플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최근 젊은 커플들은 수백만 엔을 들여 결혼식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새로운 요구에 맞춰 예식 업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혼식에 불필요하게 많은 돈을 쓰는 대신, 생활비나 여행에 투자하려는 이들을 일컫는 ‘나시콘’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일본어로 ‘없음’을 뜻하는 ‘나시(ナシ)’와 ‘혼인’을 뜻하는 ‘콘(婚)’의 합성어다. 또 다른 변화는 ‘포토 웨딩’이다. 식을 올리는 대신 웨딩 사진만 찍고 소셜 미디어에 올린 뒤 혼인 신고를 하는 새 결혼 문화를 말한다. 최근 포토 웨딩 시장 규모는 연 1000억엔(약 9620억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사진 촬영과 신혼여행을 겸해 사진사를 고용, 한국 등 해외로 떠나는 커플도 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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