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두된 북미 정상 회동이 불발되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 구상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6일 나온다.
세종연구소 하태원 객원연구위원은 '판문점 딜 2025 불발과 이재명 정부 한반도 평화 구상' 보고서를 통해 "'타 이밍'을 맞추지 못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북 정상의 회동 불발은 단순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김정은의 깜짝 만남을 그동안 중단된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비핵화 프로세스의 마중물로 삼으려 했던 이재명 정부의 구상도 일부 궤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짚었다.
하 객원연구 위원은 2019년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긴급 회동과 2025년의 회동 가능성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제안'이 출발점이었으나, 6년간 북한과 미국의 전략적 상황 변화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와 한반도 평화 구상의 주도권 확보, '외교 쇼'와 비슷한 접근과 김정은 노동당 총 비서의 전략인 북·중·러 3각 협력 강화, 대미 외교의 조건 높이기, 대북제재 회피 체제 구축 상황이 충돌했다고 평가했다. 그 때문에 회동이 불발된 것은 그저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라 복잡한 정세 관련 구조적 문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객원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대화를 거절당할 수 있음에도 김정은과의 만남을 집요하게 요구 한 것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지구촌 냉전 지역에 평화 구상을 추진한 지도자로 각인되고자 하는 개인적 욕구가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또 다른 이유는 스스로 최대의 장기로 생각하는 '독재자와의 담판'을 통해 꽉 막힌 대화의 장애물을 일거에 걷어낸다는 승부사 기질의 발로로 해석해 볼 수 있다"며 "의제를 사전에 협의하지도 않았고, 당장 손에 잡히는 협상 결과물을 내놓을 필요도 없으니 부담 없는 '외교 쇼'로 판단했을 법하다"라고 진단했다.
하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의 입장에 대해서는 "러시아·중국과 밀착하면서 미국 주도의 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 우회로를 찾은 북한은 이미 미국에 대한 내성(耐性)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북·중·러 3국 협력이 공고화된 현 상황을 바탕으로 양국 모두로부터 최대의 정치, 경제,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토대를 확보했다"라고 평가했다. 6년 전과 달리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이루고,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은 만큼 북한의 몸값도 크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궤도 수정', '속도 조절' 등이 필요하다는 게 하 객원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의 깜짝 회동 제안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향후 북핵 협상에 임하는 김정은과 트럼프의 근본적 인식 차이에 따른 것이라면 북미 대화가 빠르게 재개될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레거시'를 남긴다는 욕심이 있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의 국익과 조화되는 방식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총결집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 비전의 재확인과 남북 상호 간 확고한 군사합의 이행을 전제로 한 (남북 군사합의의) 조건부 복원이라면 현 정부에 비판적 보수 진영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정책 추진의 정당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평화 구상 추진에 있어 중요한 덕목은 신속성과 과단성이 아니라 치밀함과 신중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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