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종묘와 세운상가의 갈등은 오늘내일 일이 아니죠.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경제부 부동산팀 배준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종묘와 세운상가의 악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 기자 】 지난 2004년부터입니다.
세운상가가 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죠.
먼저 사진 한 장 보시겠습니다.
1971년 세운상가의 모습인데요.
상가로 들어서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각종 상점들의 간판과 위쪽엔 주거 공간인 아파트도 보입니다.
▶ 인터뷰 :
대한뉴스 (1967년) - "서울 한복판에 상가아파트가 준공돼서 박 대통령 내외분이 참석한 가운데 개점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특히 전자제품의 메카로 유명했는데, 2000년대가 되면서 낡고 쇠락해 재개발을 추진하게 됩니다.
【 질문 2 】 그런데, 바로 앞에 세계문화유산인 종묘가 있으니 문화재 심의가 필
요했겠군요.
【 기자 】 맞습니다.
1995년입니다.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죠.
그런데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자체만 보호하는 게 아니라 경관과 접근로 등 주변 환경을 함께 보전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거든요.
그래서 2006년 서울시가 이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일부 상가가 철거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는데,
당장 2009년 문화재 심의에서 건물 높이가 너무 높다며 퇴짜를 맞습니다.
【 질문 3 】 얼마나 낮게 지으라는 건가요?
【 기자 】 문화재청은 종묘 정전에서 바라볼 때 건물 맨 위쪽이 3개 층 이하만 보이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따르게 되면 건축물 높이가 122m에서 50m로 낮아졌고, 결국 사업성이 떨어져 개발은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아예 2012년에는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철거 계획 자체가 백지화됐습니다.
그러다가 오세훈 시장이 다시 취임하고 세운상가 재개발을 천명하며 개발이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 인터뷰
: 오세훈 / 서울시장 (지난 2021년) - "세운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말 참혹합니다. 저렇게 10년 동안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행정을 했던 서울시를…."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141미터 높이의 빌딩이 다시 추진됐는데, 지금 이게 갈등을 빚고 있는 겁니다.
【 질문 4 】 건물 높이만 낮추면 문제 해결되는 거 아닌가요?
【 기자 】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높이가 낮아지면 사업성도 약해지거든요.
그래서 쉽게 낮출 수 없는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곳만이 아닙니다.
경복궁과 창덕궁, 조선왕릉 등 문화유산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때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도심을 사실상 이대로 놔둬야 합니다.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이 적지 않은데, 문화재 보존과 도심개발 사이의 갈등을 더는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 앵커멘트 】 그렇군요. 배준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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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편집 : 김경준 그래픽 : 유영모 영상출처 : KTV 기자 admin@119sh.in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