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 1945년.


100년 전인 1925년 1월 20일 조선일보 지면에 ‘회갑 당(當)한 윤치호씨 가정(家庭)’ 기사가 실렸다. 어느 인물이 60세 환갑을 맞았다고 기사 쓰는 일은 당시에도 매우 드물었다. 기사는 윤치호(1865~1945)가 ‘조선 근세 인물 중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라고 적었다.
“조선 근세 인물 중에 손가락 꼽아치는 윤치호씨는 금 20일에 회갑을 맞게 되었다. 씨의 60년 동안 경력은 범상한 사람이 상상도 못할 만큼 다사다난하였다. 바람 불고 뇌성 치는 속에 근세 조선이 망망한 바다에 ‘코스’를 잃고 떠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나갈 때에 씨도 ‘키’를 돌리려고 애쓰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1925년 1월 20일 자 3면)



1925년 1월 20일자 3면.


윤치호의 가정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진다. 자녀가 당대에 특출한 능력을 보이는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것으로 소개됐다. 셋째 딸 문희는 ‘테니스와 핑퐁을 다 잘하는 선수’로 기사가 실렸다.
“송도고등보통학교의 교장 윤치호씨의 셋째 따님 윤문희 양을 소개합니다. 금년 16세의 묘령으로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본과 재학 중인데 운동을 매우 잘한다 합니다.”(1925년 1월 22일 자 3면)
둘째 딸 용희(활란)는 “미국 대학 문 바다이야기하는법 예과에 재학 중”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윤치호 딸 윤활란(헬렌). 1925년 5월 26일자 3면.


“미국 선교사 하디씨 뒤를 따라 아홉 살 어린 처녀로써 인정과 풍토가 추호도 우리와 같지 아니한 저 아메리카합중국을 손오공릴게임예시 건너간 윤용희양. 그는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 교장 윤치호씨의 따님이니 금년에 그의 나이 스물셋이요…”(1925년 5월 26일 자 3면)
동생 윤치왕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대학 의대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의과대학을 우량한 성적으로 재작년에 졸업한 후 영국의 학사 학위를 받고 다 오리지널골드몽 시 대학에서 2년 동안 계속 연구하던 윤치호씨의 영제(令弟)되는 윤치왕씨는 이번에 형설의 공을 이루고 금의환향…”(1927년 8월 22일 자 2면)
윤치호 관련 기사는 일제의 한국 강제 병합 이전 그가 했던 일을 회고하는 내용이 자주 실렸다. 독립신문을 경영하고 독립협회 회장으로 대한제국의 근대화를 고민하던 일, 갑신정변 직후 상하이 중서학원과 미국 밴더빌트대와 에모리대에서 유학하던 이야기 등을 회고했다.



1928년 12월 4일자 2면.


‘지면에 나타나는 시대 의식/ 독립신문의 창단 당시/ 독립신문 경영자 윤치호씨’(1927년 1월 7일 자 3면)
‘종로4가에 만민공동회/ 각 대신들 붙들어다 토죄(討罪)/ 외국 고용병 계획을 일거에 반대 분쇄/ 독립협회 당년을 회고하는 윤치호씨’(1928년 12월 4일 자 2면)
‘영·미·법(프랑스)·덕(독일)·로(러시아) 제국(諸國) 공사/ 호시탐탐한 이권 쟁탈전’(1928년 12월 5일 자 2면)
‘각국 공사 입회하에 민간 대표로 황제(고종) 폐견(陛見·폐하의 접견)/ 황국협회와 독립협회 대표 열 사람이/ 포덕문 앞에서 상감을 뵈옵게 되었다’(1928년 12월 6일 자 2면)
‘갑신정변 이후 유학 시대의 추억/ 상해에서 고생할 때 잘 모르는 미국인/ 유학 가는 학자(학비)는 염려 말라 하던 말’(1932년 1월 2일 자 2면)
‘아득한 반세기 전 중서학원 유학생!/ 갑신정변의 김옥균 사건 망명객으로/ 10년간 미주(미국)에 유학’(1937년 1월 1일 자 3면)
윤치호는 1883년부터 1943년까지 60년 동안 거의 매일 일기를 썼다. 한문으로 4년, 한글로 2년, 그 후 54년간 영어로 썼다. 영어로 쓴 첫날인 1889년 11월 15일 일기에서 이유를 밝혔다.



윤치호 스포츠계의 자부, 체육회장을 사임. 1937년 7월 2일자 2면.


“지금까지 일기를 한글로 썼으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표현하기에는 아직 어휘가 충분하지 않아서 영어로 쓰기로 마음먹었다.”(‘윤치호 일기’ 1889년 11월 15일, 한국사데이터베이스 한국사료총서)
윤치호는 식민지 시기 존경받는 원로이자 명망가였다. 105인 사건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르고 남작 작위를 박탈당했다. 개성 송도고보 교장, 조선체육회 회장, 이충무공유적보존회 위원장, 연희전문 교장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1935년 70세 고희를 맞았을 때 조만식을 비롯한 각계 인사 800명이 축하연에 참석할 정도였다.
2005년 정부가 만든 위원회는 윤치호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했다. 일제의 관변 단체에 참여하고 중추원 고문, 일본 제국의회 칙선 귀족원 의원 등 직책에 있었다는 이유였다. 일제에 협력하는 직책에 있었고 협조한 행위가 있다 하여 한 사람의 전 인격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할 수 있을까.



1937년 1월 1일자 3면.


윤치호는 일제에 협력했다는 만년(晩年)에 쓴 일기에서조차도 일제를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건 히틀러와 스탈린이 일본에 끼친 악영향 중 하나다”(‘윤치호 일기’ 1943년 9월 23일) 같은 언급이다.
조선인에 대해 선심을 쓰는 듯한 일제 정책에 대해서도 의심을 나타낸다.
“정오에 경성역에 나가 종로경찰서장을 역임한 사노씨를 배웅했다. 그는 목포부윤으로 발령받아 경성을 떠나게 되었다. 그의 후임자로 조선인이 임명되었다. 총독이 이토록 중요한 자리에 조선인을 기용한게 기쁘기는 하지만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1) 이렇게 막강한 권좌에 오른 조선인이라면 그 누구든 간에 자기를 과시하거나 윗사람들에게 아부하고자 같은 조선인들에게 교활한 수작을 부릴 공산이 있다. (2) 당국이 일본인보다는 조선인에게 맡기는 게 좀 더 수월한 모종의 껄끄러운 업무를 시킬지도 모른다.”(‘윤치호 일기’ 1943년 10월 4일)
연구서 ‘윤치호의 협력 일기’를 낸 박지향 서울대 교수는 “윤치호가 자발적으로 소신껏 친일을 했다는 일부 연구자의 판단은 정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인물사전이나 보고서 몇 쪽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삶의 복잡함과 다면성을 제대로 알고 난 후에야 그를 감히 재단할 수 있을 것”(2010년 2월 3일 자 A22면)이라고 했다.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