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서식하는 라쿤의 주둥이가 시골 라쿤보다 주둥이가 짧아 ‘가축화’의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북미 도심 지역에서 쓰레기를 ‘습격’해 ‘쓰레기 판다’라고도 불리는 라쿤이 가축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 돼지, 고양이 등 가축화된 동물은 공통으로 귀가 처지고 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주둥이가 짧아지는 외형적 변화를 겪었는데, 도시의 라쿤 또한 시골 라쿤보다 주둥이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아칸대소대 리틀록 캠퍼스의 조교수(생물학과) 라파엘라 레쉬는 지난해 릴게임예시 가을학기 생체계측학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 16명(대학원생 5명, 학부생 11명)과 미국 전역에서 수집된 라 사진 2만장을 비교·분석한 결과, 도시 라쿤의 주둥이가 시골 라쿤보다 3.6%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야생동물의 가축화 과정을 설명하는 가설 중 하나인 ‘신경능선세포 가설’(포유류 배아 발달 과정에서 ‘온순함’이 세포 형성에 영향을 오션릴게임 미쳐 주둥이 등이 짧아진다는 것)과도 일치한다. 수업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동물학 최전선’에 실렸다.
레쉬 교수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도시 환경에서 사는 것이 야생동물에게 가축화 과정을 촉발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며 “단지 인간 가까이에서 지내는 것만으로 라쿤이 가축화의 경로에 접근 야마토게임무료다운받기 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남기는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라쿤을 가축화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가정했다. 레쉬 교수는 “인간이 있는 곳은 항상 쓰레기가 있고, 쉬운 먹이원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공격적이선 안 된다”고 했다. 사람 가까이에 머물면서 쓰레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온순함’이 필요하고, 이러한 특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성이 세대를 거듭해 전달되면서 겉모습도 바뀌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야생동물 가축화에 관한 유명한 실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1950년대 러시아의 동물학자 드미트리 벨랴예프는 늑대가 개가 된 과정을 재현하기 위해 은여우를 선별 번식했다. 암컷 100마리, 수컷 30마리를 1세대로 삼아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적고 온순한 개체만 골라 번 오리지널골드몽 식했다. 이렇게 태어난 여우들은 4세대 만에 사람이 다가가면 꼬리를 흔들고 반기는 행동을 하게 됐고 겉모습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가축화된 여우들은 귀가 처지고 꼬리가 말려 올라갔으며, 얼룩덜룩한 털빛을 보였다. 또 두개골 능선이 작고, 주둥이가 짧아졌다.
레쉬 교수와 학생들의 분석에서도 도시 라쿤은 시골 라쿤보다 주둥이가 짧았다. 이들은 시민과학 플랫폼인 ‘아이내추럴리스트’(iNaturalist)에 올라온 2000~2024년 라쿤 사진 1만9000여장을 취합한 뒤, 16명의 저자가 일일이 사진의 적합성을 판별했다. 이 가운데 라쿤이 살아있고, 머리 측면이 관찰할 수 있고, 해상도가 적합한 사진 249장(시골 38장, 도시 211)을 대상으로 지역·신체 계측을 진행했고, 그 결과 도시 라쿤는 시골 라쿤 대비 주둥이가 3.6%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와 시골지역 라쿤 개체군 비교 개념도. 도시 환경에 서식하는 라쿤은 가축화 과정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외형적 변화가 관찰됐다. 동물학 최전선 제공


또한 별도의 환경적 요인을 살피기 위해 기후와 주둥이 길이의 상관관계도 살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식물 내한성 지역 지도’를 활용해 기후대를 분류한 뒤 살펴본 결과, 시골 라쿤과 도시 라쿤 모두 따뜻한 기후대로 갈수록 주둥이 길이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아담 윌킨슨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도시 여우와 쥐에 대한 관찰 결과와도 일치한다”며 “야생동물이 사람과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줄어들고 ‘가축화 증후군’의 신체적 징후를 보이기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말했다.
한편 논문의 공동저자인 앨러니스 브래들리 박사과정생은 이번 연구를 확장해 1970년대부터 수집된 라쿤 두개골 200여 개를 분석해 가축화 과정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레쉬 교수 또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아르마딜로, 주머니쥐 등 다른 야생동물도 라쿤과 같은 경향을 보이는지 분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연구가 “인간의 존재만으로도 특정 종에서 가축화가 시작될 수 있는지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