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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2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향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형사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첫 전직 대통령’이다. ‘재선에 성공한 첫 중범죄자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2023년 3월 ‘성추문 입막음용 돈 사건’과 관련해 34개 혐의로 기소됐고, 2024년 5월 뉴욕주 맨해튼 형사법원(재판장 후안 머천)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최대 징역 4년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다만 법원은 대선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 판 릴게임무료 결을 늦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뒤엔 “대통령직 보호”를 이유로 “유죄지만 조건 없이 석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성추문’이 다시 한번 그의 정치적 명운을 위협하고 있다. 희대의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틴 사건이 그것이다.
투명성법, 강력한 법처럼 보이는데…
미국 연방하원은 2025년 11월18일(현 모바일야마토 지시각) ‘엡스틴 파일 투명성 법안’(H.R.4405·이하 투명성법)을 찬성 427표 대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건 ‘백인 우월주의자’인 클레이 히긴스 의원(공화당·루이지애나주)이다. 같은 날 상원도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10만여 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법무부가 보유한 게임몰릴게임 ‘엡스틴 파일’ 공개가 임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2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렇게 썼다.
“2019년 (민주당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가 기소한 제프리 엡스틴은 평생 민주당원이었다. 막대한 자금을 민주당 소속 정치인에게 기부했고, 민주당 유력 인사와 막역한 사이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틴의 전용기를 26차례나 뽀빠이릴게임 탔다. (…)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엡스틴이 (성착취 혐의로) 기소된 뒤에도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했다. 이들 민주당 정치인과 엡스틴의 관계가 곧 밝혀질 것이다. 내가 지금 막 엡스틴 파일 공개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11월19일 발효된 투명성법은 △법률명 △엡스틴 관련 문서 공개 △의회 보고의무 등 단 3개 조항으로 야마토게임장 이뤄졌다. 핵심은 문서 공개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제2조다. 투명성법은 “이 법 입법 30일 안에 법무장관은 검색 가능하고 내려받을 수 있는 형식으로 법무부가 보유한 엡스틴 사건 관련 모든 자료와 문서, 내부 의사소통 내용과 수사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개해야 할 문서도 특정했다. 엡스틴의 수사·기소 관련 모든 자료와 엡스틴의 연인이자 공범으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길레인 맥스웰 관련 자료 일체, 엡스틴의 항공기록과 여행기록 등을 ‘공개해야 할 정보’로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엡스틴의 범죄행위와 관련해 이름이 언급된 연방정부 관료를 포함한 모든 인물의 민사소송 기록과 면책 또는 형량 감경을 전제로 한 유죄 인정 협상(플리바기닝) 등 수사 관련 사항도 공개해야 한다. 기업, 비영리단체, 학계, 정부기관 등 엡스틴의 인신매매와 자금망을 인지했거나 연관이 있는 단체 관련 기록도 공개 대상이다. 또 엡스틴과 그의 하수인에 대한 수사 또는 수사 거부,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과 관련한 전자우편과 회의자료 등 법무부 내부 관련 자료도 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밖에 “정부 고위인사나 외국 귀빈 등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거나, 명예훼손 가능성,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유만으로 자료 공개를 거부, 연기하거나 일부 비공개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못박았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2025년 9월3일 ‘엡스틴 파일 투명성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수사 영향·국가 안보 등 허점도 많아
허점은 ‘공개 거부 허용’ 항목에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은 “투명성법이 허용한 공개 거부 항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무부가 이를 빌미로 상당수 자료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짚었다. 크게 네 가지가 ‘빠져나갈 구멍’으로 꼽힌다. 첫째, 현재 진행 중인 수사나 기소 절차를 방해할 수 있는 내용은 비공개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앞둔 11월14일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엡스틴 사건과 연루된 민주당 유력 인사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라고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명했다. 본디 장관은 즉각 ‘수사 개시’를 선언했다. 정치권 입문 이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쪽과 돈독한 사이였다. 민주당 인사와 관련한 내용이 ‘수사 중’이란 이유로 비공개되면, 이에 포함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도 감출 수 있다.
둘째, 유무죄가 아닌 기소 여부를 다투는 대배심 심리 내용도 비공개 처리될 수 있다. 미국 형사법은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범죄에 대해선 기소 이전에 대배심을 소집해 기소 여부를 다투도록 한다.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대배심에서 기소가 결정되면 정식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유무죄를 다툰다. 대배심에서 다룬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 재판에 앞서 대배심 심리 내용이 공개되면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기소된 엡스틴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같은 해 8월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뉴욕주 연방법원은 대배심 심리 내용 비공개를 결정한 바 있다. 법무부는 투명성법에 따라 11월24일 법원에 대배심 심리 관련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법원이 이전 결정을 뒤집지 않는 한 방대한 양의 ‘엡스틴 파일’이 묻힐 수 있다.
특정인의 사망이나 신체적 학대 또는 부상 등의 내용이 담긴 자료와 어린이 성착취물 관련 내용, 필요 이상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내용도 비공개 대상이다. 이 밖에 “국가 안보와 대외정책 등과 관련해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비공개 결정이 내려진 자료”도 공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자료 공개와 관련해 법무부에 ‘포괄적 재량권’을 부여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 관련 자료를 비공개하면, 의회가 공개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명성법에 주저 없이 서명한 이유일 터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기간 동안 “ 재집권하면 엡스틴 파일을 남김없이 공개하겠다 ” 고 여러 차례 밝혔다 . 하지만 백악관 재입성 뒤엔 태도가 전혀 달라졌다 . 그는 “ 국가 안보와 개인정보 보호 ” 를 내세워 자료 공개를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는 새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GA · 마가) 진영에서도 엡스틴 파일 공개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유가 있다 .
마가 진영 정치인과도 이견 대립
‘딥스테이트’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아 기득권을 추구하는 비밀스러운 집단, 곧 ‘나라 안의 나라’를 뜻한다. 마가 진영은 딥스테이트가 미국의 ‘위대함’을 좀먹는다는 음모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엡스틴 파일 공개 문제로 마가 진영이 분열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지아주 14번 선거구가 지역구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마가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연방하원에 진출한 그는 한때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직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둘 사이가 서먹해지기 시작했다. 이민자 문제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부터 불법 이민자 단속에 열을 올렸다. 특히 2025년 9월 전문직 비자(H1-B) 수수료를 기존 1천달러에서 10만달러로 대폭 인상하자 마가 진영은 열광했다. 하지만 외자 유치와 우수한 외국 인력 확보를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 제도 유지 방침으로 선회하자 반발 여론이 비등했다. 그린 의원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문직 비자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붉은색 야구모자를 손에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22일 전용 헬기를 타기 위해 백악관 잔디밭을 지나고 있다. REUTERS 연합뉴스


투명성법은 그린 의원과 트럼프 대통령이 결별로 치닫는 결정적 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명성법 입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그린 의원은 마가 진영의 여론을 등에 업고 법안 통과에 앞장섰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 의원을 ‘마저리 트레이터(반역자) 그린’이라 부르며, 그에 대한 지지 선언을 철회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투명성법이 통과된 11월18일 그린 의원의 지역구인 조지아주 워커카운티에서 열린 공화당 당원 행사에서 현지 책임자가 한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마가 진영의)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다. 그래도 우리 서로 미워하진 말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저격이 이어지자 그린 의원은 11월24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14살에 성폭행당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부유한 권력자들에게 농락당했던 여성을 위해 싸웠다. 그로 인해 반역자로 불리며, 내가 당선을 위해 싸웠던 미합중국의 대통령에게 위협당하고 있다. (…) 나 자신의 가치는 남성이 아니라 신이 규정한다.”
미국 경제 비관론도 점점 커져
극우 성향의 폭스뉴스가 11월1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6%는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식료품값 폭등 등 경제난의 책임을 두고 응답자의 62%는 ‘트럼프 대통령 책임’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선 응답자의 59%가 ‘부정적’이라고 답한 반면, ‘긍정적’이란 반응은 40%에 그쳤다. 마가 진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와 의료보장 등 국내 정책은 팽개치고 대외 정책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아직도 미국 우선주의자가 맞느냐”고 묻기도 한다. 재집권 1년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 지지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기자 admin@reel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