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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석 기자)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금호아시아나는 잘나가는 그룹 중 하나였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잇달아 품에 안으면서 재계 순위가 7위까지 치솟았다. 무리한 M&A(인수합병)의 후유증은 컸다. 2008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무적 투자자(FI)에게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동반 부실에 빠졌고, 대우건설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을 내다 팔아야 했다.?
오너인 박삼구 회장은 그룹 재건을 공언했다. 워크아웃으로 경영권을 빼앗긴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타이어 등을 잇달아 되찾아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룹의 경영난이 다시 가중되면서 대한통운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핵심 계열사들을 모두 매각했다. 지무료야마토게임
난해 말 기준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은 3조4300억원이다. 재계 순위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는 공정위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다.

ⓒ챗GPT 생성 이미지

대우건설 인수한 금호·중흥그룹 '동바다이야기무료
병상련'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너의 독단 경영과 무리한 M&A가 만든 인재"라고 평가했다. 그는 "금호가 대우건설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6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3조5000억원을 FI들로부터 조달했다"면서 "FI들은 재무구조 악화 시그널을 계속 보냈지만 회사 수뇌부들이 무시했다. 곪았던 고름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황금성3
불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오던 대우건설은 2021년 중흥그룹에 다시 매각됐다. 당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각각 17위와 40위였다.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675억원과 2308억원 수준이었다. 업계 3위로 그해에만 8조685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대우건설과 비교됐다. 재계황금성게임종류
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실제로 대우건설 인수로 중흥그룹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뒤를 잇는 국내 3대 건설사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재계 순위 역시 47위에서 20위로 27계단이나 뛰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엔데믹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건설사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태영건설과 삼부토건, 주식지수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중흥그룹도 유탄을 피해 가지 못했다. 대우건설 인수 이듬해인 2022년 실적이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때 1조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은 현재 10분의 1 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합병 이후 처음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용식 교수는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다 보니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M&A 기획 및 실사 단계에서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을 2021년 인수해 주목받았던 성정을 꼽았다. 성정은 충청도 지역에서 골프장 관리나 부동산 개발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이스타항공 인수 당시 매출은 59억원에 불과했다. 관계회사인 백제컨트리클럽의 매출을 더해도 400억원을 넘지 않는다. 이런 '듣보잡' 회사가 인수자금만 1100억원을 들여 거대 항공사를 인수하다 보니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2023년 10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아시아나 슬롯 반납 및 화물사업 분리매각 추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박시은 아시아나항공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정, 이스타항공 인수 1년 반 만에 매각, 왜?
하지만 성정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지 1년7개월 만에 되팔았다. 운용자금을 포함해 1500억원을 쏟아부었음에도 경영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형남순 성정 회장은 이스타항공에 대한 애착이 컸다. 자신이 최대주주인 백제컨트리클럽을 매각해서라도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키려 했다"면서 "하지만 오너의 경험 부족에 예상치 못한 항공운항증명 발급 지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꿈을 접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티몬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각각 인수한 오아시스와 에어인천에 대한 우려가 재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는 지난해 4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티몬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이변이 없는 한 티몬의 주인은 오아시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법원 발표 당시 티몬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420만 명 수준이었다. 최근 회원 수 200만 명을 돌파한 오아시스 입장에서 보면 성장의 날개를 단 셈이다.
실제로 오아시스는 최근 좋은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경신 중이다. 티몬 인수로 오아시스의 부족한 인지도와 함께 거래액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아시스는 2023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접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 티몬 인수에 성공할 경우 IPO의 꿈도 다시 한번 노려볼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티몬은 최근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영업망이 붕괴됐다. 최근 3년간 영업적자 규모만 6500억원에 이른다. 셀러와 소비자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티몬을 인수할 경우 자칫 잘나가는 오아시스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품에 안은 에어인천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어인천의 연매출은 600억원대로, 1조6000억원 수준인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재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에어인천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항공화물 사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에어인천은 국내 유일의 화물 전문 항공사다. 이번 M&A로 규모 확장과 함께 재무적 안정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어인천은 6월10일까지 인수대금 4700억원을 모두 지급하고 통합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새 사무실도 마련한 상태다. 에어인천으로 옮기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7월1일부터 이 사무실로 출근할 예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큰 변수가 발생했다. 에어인천으로 소속을 옮기게 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법원에 '전적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에어인천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종사들의 에어인천행이 모두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6월 매각 완료가 무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래 삼키고도 쑥쑥 큰 깡새우들의 반란
M&A 통해 퀀텀 점프한 SK·한화·한국투자 사례 주목해야
최근 들어 자산이나 매출 규모가 자신들보다 월등히 큰 고래를 삼켰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깡새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새우가 모두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SK와 한화, 두산, 한국투자금융그룹 등은 새로운 기업 인수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공정위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올해 한화그룹의 계열사는 119곳, 자산은 125조7410억원을 기록했다. 재계 순위는 7위로, 올해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92개 그룹 중에서 자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2년 인수에 성공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이 첫 번째 반등의 계기가 됐다. 김승연 회장은 금융업이 그룹의 신성장동력이라고 판단했다. 여러 논란과 우려에도 인수 작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서 재계 10위권에 진입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당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대한생명 대표만 무보수로 2년간 맡았다"면서 "덕분에 인수 당시 2조3000억원의 손실도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2세들에게도 이어졌다. 한화생명은 현재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최고글로벌책임자(사장)가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 100조원이 넘는 한화생명 자산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손해보험사 리포제너럴인슈어런스와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김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유통 및 리테일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매출 2조원대 규모의 급식 업체인 아워홈 인수 작업 역시 김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룹의 주력이자 모태인 방산과 화학, 태양광 부문은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 역시 M&A에 적극적이다. 한화그룹은 2012년 10월 태양광 셀 생산능력 세계 1위 기업인 '큐셀'(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을 인수했다. 2014년에는 삼성그룹의 방산 및 화학 계열사 4곳을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고, 2023년 5월에는 숙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를 15년 만에 마무리 지으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김승연 회장이 2017년 천명한 '한국형 록히드마틴'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작업들 대부분엔 김동관 부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금융그룹도 M&A를 통해 성장해 왔다. 김남구 회장은 2003년 한국투자증권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업계 10위 수준이던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왔다. 김 회장의 부친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조차 인수를 만류할 정도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뚝심 있게 M&A를 밀어붙였다. 당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칼라일을 제치고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했다. 한국투자증권 인수 후 모회사인 '동원'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한국으로 갈아탔을 정도였다.
한국투자증권 인수 후에도 김 회장은 적극적으로 M&A에 나섰다. 현대증권(현 KB증권)과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등 굵직한 빅딜에 참여했다. 2016년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하면서 숙원인 은행업 진출에도 나섰다.
그 결과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2024년에는 국내 증권 업계 최초로 '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연결 기준 자산은 109조2202억원, 매출은 21조1741원을 기록했다. 계열분리 직후인 20년 전과 비교할 때 자산은 20배, 매출은 17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투자금융그룹 2세에게 이 DNA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미래 전략에 대한 방향성이 없는 '돈 넣고 돈 먹기 식' M&A는 반드시 이익이 아닌 부채로 돌아온다"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수를 위한 기획 및 실사 단계에서부터 인수 후 조직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의사결정권자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