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시간을 잘못 알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하지 않아 혼선을 줬다는 이유로 법무법인이 소속 변호사를 해고했으나, 법원은 과도한 징계라 부당해고로 보는 게 맞는다고 봤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지난 4월 25일 법무법인 A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B 변호사의 부당해고 구제를 결정한 재심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B 변호사는 A 법인 소속이던 지난 2023년 9월 8일 자신이 맡던 민 예쁜카드 사소송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상급자 격인 파트너 변호사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쌍불(쌍방 불출석)로 처리되면서 다음 기일에는 출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A 법인은 B 변호사가 자신을 대신할 변호사를 명확히 정하지 않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 한 채 휴가를 가 버렸다는 입장이다. 민사 솔로몬신용정보 소송법에 따라 양쪽 당사자가 두 차례 변론에 출석하지 않으면 '2회 쌍불' 처리되는데, 한 달 내 다시 기일 지정을 신청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A 법인은 이와 더불어 B 변호사가 ▲법인카드 사적 유용 ▲근로시간 규정 남용 ▲고객 설명의무 및 직접소통의무 위반 등을 저질렀다고 보고 같은 해 10월 그를 해고했다. 대출 거치기간 연장B 변호사는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됐고, 이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해 지난해 4월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A 법인은 결정에 불복해 이번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 변호사가 변론에 나가지 않았고, 그 다음 재판의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소득공제 신용카드 B 변호사는 법인 직원이 업무시스템에 재판 시각을 잘못 적어 변론에 나가지 못했던 것이라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담당 변호사는 본인의 책임 하에 기일을 관리하고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배척했다. 다만 재판부는 나머지 징계사유는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된 사유만으로 해고하기에는 "참가인(B 변호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회생파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이고 고의가 아닌 부주의에 기한 잘못"이라며 "변론기일 시각이 잘못 입력돼 있던 점, 휴가를 떠나기 전 다음 변론기일과 관련해 동료 변호사에게 출석을 부탁하고 담당 직원에게 관련 업무를 지시했던 점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참가인의 비위행위로 인해 원고에게 중대한 손해 내지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참가인에게는 징계 전력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회 통념상 원고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한편 A 법인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