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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제발, 목소리를 잃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수술대 위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소프라노라는 직업으로 노래한 지 10년, 다시 무대에서 노래할 수 없게 될까봐 수술은 최대한 피하고 싶어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갑상선 유두암 고위험군이라는 진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술이 끝나고 이동 침대에 실려 병실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소리를 내어보았다.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병실에 도착해 다시 소리를 내어보았다. 희미하게 고음이 살아있었다. 그날 밤, 평소 즐겨 부르던 곡을 불러 녹음을 했다 기준금리 인하 . 떨림은 있었지만 음정은 맞았고, 음색도 살아있었다. “내 소리가 남아 있구나”하고 안도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지연 한국가곡앙상블 ‘아랑’ 대표(36)는 소프라노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결혼을 준비하던 2022년 즈음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한 달에 많게는 10회의 공연과 이를 위한 리허설, 레슨 등으 캐피탈대환 로 일정이 많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몸을 일으키는 것이 버거워졌고,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
평소 목 관리를 위해 꾸준하게 자기관리를 해왔지만 감기나 독감에 걸리는 빈도가 늘었다. 결정적으로 소리를 내는데 이상이 생겼다. 소프라노로 극고음을 낼 때 혀뿌리가 잘 내려가지 않았고, 목이 열리지 않는 신협파산 느낌이 반복됐다.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 턱선이 흐려졌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은 “무턱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그가 병원을 찾은 건 2023년, 결혼을 앞두고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피검사에서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었다. 이상 징후는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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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김지연씨가 21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모양이 좋지 않습니다”…결혼 앞두고 갑상선암 진단
경부 초음파에서 양쪽에 3개의 결절이 발견됐고, 모두 모 월세담보대출 양이 좋지 않다는 소견을 들었다. 일주일 후 나온 조직검사에서 3개 결절 모두 1~6단계 중 가장 높은 유두암 6단계로 확인됐다. 일부는 기도와 조직 경계선에 밀접해 있어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갑상선 조직을 전부 제거하는 전절제를 권유받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부종이 심했던 것, 수개월간 이어졌던 극심한 피로도의 원인을 이제야 알았다. 모두 암 증상이었다.
김 대표는 “차 안에서도, 집에서도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어느 날은 자다가 깨어 공포로 몸을 덜덜 떨기도 했다”며 “죽음이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 들어와 바로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가장 큰 두려움은 자신의 전부인 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성악가에게 소리는 신이 준 재능이자 나를 있게 하는 존재의 이유다. 노력과 훈련으로 기술은 쌓을 수 있지만, 좋은 소리는 타고나는 영역이다.
김 대표는 “성공이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이뤄진다고 한다면, 성악가에게 그 1%가 바로 ‘소리’”라며 “소리는 단순한 발성이 아니라 개개인의 악기이자 경쟁력이고, 이 소리 하나로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악가가 되기 위해 걸어온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선택한 클래식이었다. 대학생 때는 기획사에서 명함을 받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뿌리쳤다. 학생이 아닌 소프라노로 첫 연주자로 선 무대를 본 교수님은 “너는 꼭 노래를 계속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기 위해 캐리어 하나만 들고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다. 평일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노래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3년 만에 전업 연주자로 연평균 80회 이상 공연을 했다.
소프라노 김지연씨가 21일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은지 기자.
로봇수술로 갑상선 40% 보존…“다시 선 무대, 그저 감사할 뿐”
목소리를 지켜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술법을 신중하게 고민했다.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로봇수술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로봇수술이 국내에서 20년 정도의 데이터가 쌓여있고 의료진의 숙련도도 충분할 것 같았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의료진이 많아 믿고 결정했다”며 “수술 부위를 크게 확대해 정밀하게 볼 수 있고, 주변 조직을 세밀하게 보존할 수 있어 성대를 포함한 목소리 보존과 부갑상선 기능 유지에 유리하다는 것이 로봇수술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수술은 무대에서 드레스를 입는 성악가에게 최적의 방법이었다. 로봇수술은 최소침습법으로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다. 김 대표 수술은 최준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교수가 다빈치Xi로 집도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008년 목에 흉터를 남기지 않는 ‘바바(BABA)’ 방식의 로봇 갑상선절제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국립대병원 최초로 다빈치 로봇수술 2만례를 달성했다.
인튜이티브 차세대 로봇수술 시스템 다빈치 5(da Vinci 5). [인튜이티브서지컬코리아 제공]
일반인의 성대와 달리 가는 신경이 분화돼 있던 김 대표 수술은 난이도가 높았으나, 성공적이었다. 정교한 수술로 갑상선의 40% 정도를 보존하게 됐다. 목소리는 수술 당일부터 빠르게 안정화됐다. 수술 한 달 후 합창단에 복귀했고 석 달째부터 솔로 파트를 맡을 정도로 회복됐다.
김 대표는 “턱 밑 부종이 사라지며 혀뿌리 압박이 해소돼 고음 포지션이 잡혔고, 음역도 이전처럼 넓어졌다”며 “2주 전부터 고음 발성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악가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김 대표는 수술 이후보다 수술을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이 더 괴로웠다고 했다. 수술을 하면 성악가로의 삶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지만, 로봇수술을 선택하고 제2의 삶을 찾았다.
김 대표는 “저처럼 고위험군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 수술을 피하기보다 정확한 진단과 계획 아래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한 선택”이라며 “치료 방향에 대해 여러 의사와 상담을 나누고, 나의 생각과 잘 맞고 신뢰가 가는 의료진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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