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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상징은 세계 최대 규모 목조 건축물 ‘그랜드 링(Grand Ring)’이다. 이는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세계 최초 조립식 건물 ‘크리스털 팰리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의 에펠탑처럼 건축사의 획기적 시도를 계승하고 있다.”(미국 건축 잡지 ‘아키텍처럴 레코드’)
일본 오사카 서쪽 인공섬 유메시마(꿈섬)에서 열리고 있는 ‘2025 오사카 엑스포’를 최근 찾았을 때 오전 9시부터 길게 줄이 이어졌다. 주요 국가 퍼빌리언(국가관)은 한 시간 남짓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세계 보금자리주택공급계획 158국이 참여해 4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열린다. 주요 국가들이 미래 건축으로 목조 건물을 대거 선보이며, 전통 건축 소재였던 목재가 최첨단 소재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목조는 이제 강도나 내화성(화재에 버티는 힘)에서 결코 열등한 소재가 아니다. 목재 특유의 온도에 따른 수축 미사강변 동원로얄듀크 팽창 같은 문제점을 개선한 이른바 ‘엔지니어드 우드’(공학 목재)가 개발돼 첨단 건축 소재로 진화하고 있다.
그랜드 링 전체 모습. /2025 오사카 엑스포 홈페이지
보험 오사카 만을 바라보고 세워진 그랜드 링은 옥상이 꽃길이 조성돼 산책로 역할도 했다. /오사카=최보윤기자
지난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당시 ‘인류의 진보와 조화’를 주제로 건축가 단게 겐조(1987년 일본 최초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 주도로 기획돼 일본의 주변 개인회생후기 친화적 하이테크 건축을 세계로 알려리는 계기가 됐다면, 55년만에 오사카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이라는 주제하에 목조 건축인 그랜드 링을 필두로 건축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었다.
이번 엑스포의 상징이 된 ‘그랜드 링’은 둘레 2㎞, 지름 615m, 높이 20m의 세계 최대 목조 건물로 기네스북에 nf소나타 트랜스폼 올랐다. 예술 섬이라 부르는 나오시마섬의 ‘나오시마 퍼빌리언’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후지모토 소스케(소우 후지모토)가 설계했다. 일본산 삼나무와 편백나무, 유럽산 적삼나무를 재료로 했다. 기둥이 되는 나무에 구멍을 뚫은 뒤 못을 쓰지 않고 가로·세로로 나무를 교차시켜 지지대를 만드는 일본 전통 기법 ‘누키(貫·관공법)’로 지었다. 다만 기둥 접합부에는 철제 조인트를 넣어 안전을 보강했다.
프리츠커 상 수상자 반 시게루의 ‘블루 오션 돔’. 대나무,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 관 등으로 친환경 돔을 표현했다. /반 시게루 홈페이지
국가별 전시관에 해당하는 일본관 역시 목재로 지었다. 120년 역사의 건설 회사인 닛켄셋케이(日建設計)가 일본의 유명 디자인 회사 넨도의 창립자 사토 오키와 협업해 건물을 올렸다. 최근 목재 건축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법인 교차 적층 목재(Cross-Laminated Timber·CLT) 방식을 적용했다. 이 방식은 여러 층의 목재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붙여 강하고 안정된 패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다. 압력을 잘 견디고 화재에도 강해 고층 건물을 올리는 데도 무리가 없다. 2022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어센트 MKE’는 25층짜리 목조 공동주택으로 세계 최고 높이(87m)를 기록했다.
바레인 파빌리온은 3000개의 목재를 조립해 만들었다. /리나 고트메 건축사무소
구마 겐고가 설계한 카타르 관. 물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에 내부는 일본 목공 기술이 접목된 목조 건물로 돼 있다/ 오사카=관최보윤 기자
중동 국가들도 국가관을 목조 건축으로 지었다. 카타르관은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했다. 중동 지역 전통 선박인 ‘도우(dhow)’ 건조 기술과 일본 목재 이음 방식을 결합해 만들었다. 건물 앞에 물길을 깔아 마치 해상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레인 퍼빌리언 역시 도우 방식과 일본 조립 기술을 이용했다. 레바논 출신 건축가 리나 고트메가 설계한 바레인관은 목재 3000개를 이용해 4층 규모로 최고 높이 17m, 면적 995㎡ 건물을 지었다.
반 시게루 블루 오션 돔. 신개념 22세기형 쉘터 같기도 하고, 바다 위 부유물에 대한 은유적 표현 같기도 한 모양이다.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를 풀어냈다. /오사카=최보윤 기자
프리츠커 상 수상자 반 시게루의 ‘블루 오션 돔’은 바다와 오염에 대해 은유적으로 풀어낸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탄소제로 배출 연구 비영리단체 ZERI의뢰로 설계했다. 층층이 쌓인 대나무,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 관, 반 시게루의 특징인 재활용가능한 카드보드지(튜브) 관 등으로 내부를 만들었다. 브랜드 무지(Muji)의 오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낸 디자이너 하라 켄야가 돔의 내부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바다 환경 오염 등에 대해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유리와 가문비나무 패널을 사용해 만든 체코관. /최보윤 기자
나선형 디자인의 체코관은 이번 엑스포 건물 중 미학적이면서 개별 국가의 특징도 함께 잘 살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체코관은 스위스 유명 건축 사무소 헤르초크 & 드 뫼롱 등에서 이력을 쌓은 이들 등이 모여 체코·스위스·네덜란드 등에 본사를 둔 10년 차 건축 스튜디오 아프로포스 아키텍츠의 작품. 체코의 특징인 단열 유리와 친환경 조립식 가문비나무 패널을 고루 사용했다. 체코관 측은 “해체한 뒤 대체로 원상 복구를 목표로 체코로 가져가 박물관 등을 건축하는 데 재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과 오사카엑스포의 우먼스 퍼빌리언 위드 까르띠에를 설계한 나가야마 유코 건축가. Victor Picon ⓒCartier
2020년 두바이 엑스포 당시 일본관을 건축한 일본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는 “탄소 중립 시대와 자연재해가 빈번한 시대에 건축의 개념은 바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에 비유하자면 과거엔 비바람에 강한 돌집·벽돌집이 최고였지만, 미래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벼워 이동성이 좋고, 수정·변화할 가능성이 높은 목조 건축이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현지 기후를 고려해 현지 목재를 공수한 목조 퍼빌리언들
이번 퍼벌리언은 대체로 높이 12m를 넘지 못한다. 인공섬 구조상 12m를 고도 제한 삼았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건축적 창의성을 살리며 각국의 문화 공연과 각종 수출품, 전시품 등을 선보인 것이 이번 엑스포의 볼거리다.
이탈리아관의 경우 이탈리아 특유의 극장 문화를 살렸다. 이탈리아 극장을 구현한 이탈리아관 관계자는 “디자인의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는 현지 기후 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현지 재료인 목재를 대거 이용한 친환경 건물을 선보이면서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관/Mario Cucinella Architects
Mario Cucinella Architects의 이탈리아 관. 극장 속 극장과 이탈리아 정원 배치 등이 인기였다. /Mario Cucinella Architects
독일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브뤼크너(Atelier Bruckner의 우즈베키스탄관/최보윤 기자
독일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브뤼크너(Atelier Bruckner의 우즈베키스탄관/아틀리에 브뤼크너
2017·2020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설계로 국내에도 익숙한 독일 건축 스튜디오 아틀리에 브뤼크너(Atelier Bruckner)의 우즈베키스탄은 내러티브 건축에 능한 스튜디오답게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존재했던 캐러반 사라이(karavan saray·대상(隊商) 궁전)에서 모티브를 땄다. 750㎡ 규모. 건축가들은 친환경 재료이자 현지에서 최대한 조달할 수 있는 벽돌, 흙을 비롯해 오사카 근처에서 재배된 일본 삼나무인 스기 목재로 이를 구현했다.
?탄소발자국 최소화·전략적 아이디어 친환경 건축들
1999년 프리츠커상을 받은 노먼 포스터의 포스터&파트너스가 설계한 사우디아라비아관은 목조 건축은 아니지만 친환경 건물로 가장 주목받는 건물 중 하나다.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 디자인’이라는 주제를 특히 건축적으로, 또 국가관의 요소를 살리며 특히 재해석을 잘해낸 것으로평가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관/포스터앤 파스너스 제공
사우디 전통 식물이 심어진 조경에 사우디 돌로 만들어져 있으며, 바람의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구조적 블록을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패시브 냉각을 효율적으로 구현했는데, 패시브 냉각 건축 방식이란, 일반적으로 건축을 흐르는 열을 특별한 기계장치를 이용하지 않고 복사, 대류, 전도 같은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건물 자체의 기능을 통해 열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난방, 냉각 효과를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관 /포스터앤 파스너스 제공
사우디 아라비아관/포스터앤 파트너스 제공
특히 내부가 저탄소 소재로 제작되고 태양광 패널, 빗물 재활용, 에너지 효율 등급 높은 조명 등을 활용해 현재 일본에서 가장 높은 친환경 건축 등급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미 27일 뉴욕 건축 디자인 어워드에서 문화 건축 ?인터랙티브 및 체험 공간 부문 금상을 받았다.
스위스관은 가벼운 멤브레인(두께가 얇은 막)을 이용해 빠르게 짓고 쉽게 해체 가능한 4개의 구체로 된 퍼빌리언을 선보여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데 앞장섰다. 탄소 발자국이란 어떤 활동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거나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축적된 이산화탄소의 총 배출량의 척도를 가리킨다.
마누엘 헤르츠 아르키텍텐이 설계한 스위스관. 가벼운 멤브레인 소재로 최소의 탄소발자국을 내세웠다. /마누엘 헤르츠 아르키텍텐
스위스를 대표하는 하이디로 일본과의 관계성을 엮으면서, 친숙함도 선보였다. 하이디 캐릭터는 소설 알프스소녀 하이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마누엘 헤르츠 아르키텍텐
마누엘 헤르츠 아르키텍텐, 누슬리, 벨프라트 파트너가 디자인한 이 퍼빌리언은 ‘하이디에서 하이테크까지’ 주제로 스위스의 상징인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이미지로 내세워 하이디 카페 등으로 친근감을 앞세우고, 스위스 특유의 첨단 AI 등 각종 증강 현실 기술 등을 선보였다.
나무 조각을 정교하게 맞추어 격자무늬를 만드는 일본 전통적인 목공 기술인 쿠미코(組子) 방식으로 지어진 퍼빌리언. 2020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디자인한 건축가 나가야마 유코가 이번에 열리는 오사카 엑스포의 우먼스 퍼빌리언을 맡으며, 두바이에서 사용했던 소재를 다시 활용해 이번 엑스포의 주제인 ‘생명’ ‘미래 디자인’ ‘순환’을 모두 만족시킨다. 견고하지만 해체하기 쉬운 방식으로 건조됐고, 가벼운 소재를 이용해 보관하고 운반하는 데 비용 등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가까이서 보면 마치 삼각형 깃발 여러 개가 꽂힌 듯 보이기도 하지만, 원소가 결합한 것 같다. 매 요소마다 큐알이 적혀 있어 쉽게 스캔해 조립할 수 있다.
나가야마 유코 건축가가 두바이 엑스포 일본관을 건축한 것을 재활용해 다시 선보인 이번 오사카 엑스포의 우먼스퍼빌리언/ Victor Picon ⓒCartier
유코 건축가는 “퍼빌리언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핵심 개념은 바로 ‘연결’이었다”면서 “일본 쿠미코 기법과 중동 아라베스크 패턴이 의외로 꽤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역사적으로도 실크로드를 통해 이어졌다고 볼 수 있어 두 요소를 하나의 디자인으로 결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